이성적 만남을 거부한 유부녀 동료를 협박해 2년 가까이 성노예처럼 부린 전직 공무원 A씨(27)의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 김성주 부장판사가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강간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약자로서 소위 성적 노예 생활을 하는 동안 피고인에게 보낸 메시지는 단순히 글자를 나열한 것에 불과할 뿐인데도 너무나 큰 고통이 느껴진다"며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고통은 피해자가 실제 겪은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욕구를 채우고자 피해자의 고통과 특성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범행할 궁리만 했다"며 "정신과 신체가 처참하게 짓밟힌 피해자가 추후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도대체 A씨는 어떤 악행을 저질렀기에 항소심 재판장은 수차례 '고통'을 강조하며 피해자의 앞날을 걱정했을까.
A씨는 2019년 8월 2일 B씨를 자기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B씨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그러면서 '전화기를 돌려받고 싶으면 우리 집으로 올라오라'며 집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B씨에게 건넸다.
이에 화가 난 B씨는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며 A씨 집에 갔고,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씨를 성폭행했다.
이때부터 B씨의 악몽은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만나주지 않거나 성관계를 거부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몸 사진과 성관계 영상을 남편과 가족·지인 등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성폭행을 일삼았다.
서약서에는 '한 달에 한 번은 본가에 가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서약서를 통해 B씨의 직장 생활까지 통제했다. '갈 수밖에 없는 사무실 회식을 제외하고 모든 저녁 자리에 가지 않는다' 등이다.
A씨의 범행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던 B씨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A씨는 항소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1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