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순경 아들 성관계 영상 유포 걸리자 휴대전화 버린 부친…증거은닉 처벌받을까

입력
수정2019.11.13. 오후 4:19
기사원문
이미나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자로편)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숨기고, 자식은 아버지를 위해 숨긴다. 그 가운데 정직함이 있는 것이다."

논어에서 섭공(葉公)이 공자를 향해서 '우리 영내에 궁이라는 정직한 사람의 아버지가 양을 훔쳤는데, 자진해서 관청에 신고했다고 합니다'하고 자랑하자 공자는 "내 친구가 정직한 자라면 그런 짓은 안할 것이다"라며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가족간의 애정과 연대감을 중요시하는 대목이다.

한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불법행위를 하자 그 증거가 담긴 핵심물증을 버린 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 소속 순경이 동료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영상을 유포했다가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된 가운데 사건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를 아버지가 저수지에 버렸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순경의 아버지는 이달 초 전주의 한 저수지에 아들의 휴대전화를 버렸다.

A순경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2주 전인 지난 10월 말쯤 휴대전화를 교체한 이유에 대해 '고장'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누군가 A순경의 휴대전화를 저수지에 던진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A순경 등의 행적을 추적했다. A순경 아버지가 사건의 '스모킹건'인 휴대전화로 추정되는 물체를 전주의 한 저수지에 버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이 휴대전화는 A순경이 지난달 말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영상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북경찰청은 현재까지 "그 영상을 봤다"는 참고인 진술 외에는 이렇다 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저수지 수심이 깊고 혼탁해 휴대전화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A순경의 아버지처럼 형사사건의 주요 증거를 인멸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A 순경 아버지의 경우는 다르다. 친족간의 특례 조항에 해당해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문 4항에는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건의 핵심 증거가 다수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들의 휴대전화를 아버지가 고의로 저수지에 버렸어도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는 "친족 간에는 도와주지 않는 등의 행위를 할 기대가능성이 없어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서 "다만 (법률왜곡의 해석도 있긴 하지만) 이를 이용해서 범인이 친족에게 자기를 은닉해달라고 하거나 증거를 인멸해달라고 하면 범인 자신이 추가로 범인도피 교사죄, 증거인멸 교사죄로 처벌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일선 경찰서의 청문감사과와 경찰 사회에서 A순경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소문을 인지하고 감찰에 나섰다가 수사로 전환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증거인멸죄에 친족은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이번 경우는 처벌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자 인권 보호 등의 문제로 구체적인 진술이나 수사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알못 자문단=김가헌 서울시 공익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네이버에서 한국경제 뉴스를 받아보세요
한경닷컴 바로가기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이슈를 뻔하지 않게 다루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