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체육동호회에서 알게 된 지인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40대 여성 A씨. A씨는 해당 지인이 강제추행·상해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 형을 확정받자 지난해 2월 판결문을 찍어 SNS에 올렸다. ‘#metoo #판결문일부참고하세요 #죄에댓가를달게받지쯧 #범죄자에게명예가있는지모르겠지만’이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재판부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이더라도 보호받아야 할 명예와 존중받아야 할 인격을 갖고 있음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라며 “형사처벌에 관한 판결서를 비실명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인이 접근 가능한 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 아래 이루어진 위법 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형사판결문과 함께 게시한 글의 전체적 내용과 취지 등을 비추어볼 때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대해 비실명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고 보인다”며 “피고인이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SNS를 통한 개인의 범죄 및 신상의 무분별한 공개는 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밝혔다.
A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부과된 취업제한 명령의 실효성 확보나 추가 성범죄 방지라는 목적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더구나 피고인은 게시 행위로 법령에서 허용하는 것 이상의 불이익과 고통이 피해자와 그 배우자에게 가해질 것을 알면서 이를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나눔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공인이 아닌 일반인의 개인정보가 나온 판결문을 SNS에 올리면 사건의 피해자이더라도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가 보이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판결문을 올렸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고의를 가지고 판결문을 올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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