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알리려다가 되레 벌금형…피해자가 놓친 한 가지

입력
수정2021.03.28. 오후 5:56
기사원문
박현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판결문을 찍어 올리면 처벌받을까.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에 이름 등 인적사항이 공개된 판결문을 올리는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pixabay]

2016년 체육동호회에서 알게 된 지인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40대 여성 A씨. A씨는 해당 지인이 강제추행·상해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 형을 확정받자 지난해 2월 판결문을 찍어 SNS에 올렸다. ‘#metoo #판결문일부참고하세요 #죄에댓가를달게받지쯧 #범죄자에게명예가있는지모르겠지만’이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法 “명예훼손 해당한다”
법원은 판결문을 찍어 SNS에 올린 A씨의 범죄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25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이더라도 보호받아야 할 명예와 존중받아야 할 인격을 갖고 있음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라며 “형사처벌에 관한 판결서를 비실명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인이 접근 가능한 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 아래 이루어진 위법 행위”라고 판시했다.

‘가림 처리’ 덜한 판결문이 결정적
A씨의 유·무죄를 가른 건 판결문의 ‘가림 처리’ 정도였다. A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판결문에는 피고인의 이름과 주거지 등이 모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린 판결문에는 가림 처리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인정보가 육안으로 확인 가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형사판결문과 함께 게시한 글의 전체적 내용과 취지 등을 비추어볼 때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대해 비실명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고 보인다”며 “피고인이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SNS를 통한 개인의 범죄 및 신상의 무분별한 공개는 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

A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부과된 취업제한 명령의 실효성 확보나 추가 성범죄 방지라는 목적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더구나 피고인은 게시 행위로 법령에서 허용하는 것 이상의 불이익과 고통이 피해자와 그 배우자에게 가해질 것을 알면서 이를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나눔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공인이 아닌 일반인의 개인정보가 나온 판결문을 SNS에 올리면 사건의 피해자이더라도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가 보이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판결문을 올렸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고의를 가지고 판결문을 올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소름돋게 잘 맞는 초간단 정치성향테스트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당신이 궁금한 코로나, 여기 다 있습니다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