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심 무죄 강간상황극 30대에 "강간 맞다" 징역 5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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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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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판단한 항소심 유지..."미필적 범죄 인식했다"
상황극 유도한 20대는 징역 9년...주거침입강간 미수죄
게티이미지뱅크


원룸에 사는 여성을 성폭행을 한 뒤 '사전에 합의된 강간 상황극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30대 남성이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로 결론 나 실형을 살게 됐다. "미필적으로나마 범죄를 인식했다"는 2심 판결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강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한 오모(39)씨의 항소심을 확정했다.

또 강간상황이라고 오씨를 끌어들여 애궂은 여성을 성폭행하게 한 이모(29)씨에 대해서도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이씨는 2019년 8월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프로필을 '35세 여성'이라고 허위로 꾸며 이를 믿게 했다.

이 글을 본 오씨의 연락을 받은 이씨는 집 근처 원룸 자신이 사는 것처럼 속여 집 근처 원룸 주소를 알려졌다. 그리고 오씨는 그날 밤 이씨가 일러준 원룸을 찾아가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여성을 성폭행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오씨가 이씨의 거짓말에 속아 일종의 합의 하에 상황극을 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오씨는) 자신의 행위가 강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알고도 용인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강간범 역할을 하며 성관계한다고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법리 검토를 한 뒤 오씨에게 강간 혐의를 추가했다.

그리고 6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4일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판단을 한 1심을 파기하고, 오씨에게 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80시간의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간 상황극이라고 하기엔 당시 상황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이례적인 강간 상황극 협의 과정에서 시작과 종료 방법, 피임기구 사용 여부 등에 대해 언급하거나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주소를 알려줄 정도로 익명성을 포기하고 이번 상황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간 과정에서 피해자 반응 등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을 것인데 상황극이라고만 믿었다는 오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오씨에게 주거침입강간을 실행하게 했다고 판단해 이씨에게 주거침입 강간 미수죄(간접정범)를 적용했다. 이씨는 1심에서 오씨를 도구로 이용해 피해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논리의 주거침입간강죄를 적용받아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원심(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며 변론 없이 피고인들과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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