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폭행 뒤 "강간 상황극" 1심 무죄···대법 징역 5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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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28. 오후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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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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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원룸에 사는 여성을 성폭행한 뒤 ‘강간 상황극’이라고 주장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실형을 살게 됐다. 이 남성을 유인해 애꿎은 여성을 성폭행하게 한 이모씨(29)도 징역 9년이 확정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성폭행 실행범 오모씨(39)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강간 상황극이라며 오씨를 유도해 애먼 여성을 성폭행하게 한 혐의를 받는 이씨도 징역 9년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피해 여성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1심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19년 8월 이씨는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35세 여성'으로 바꾼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해당 글을 보고 연락한 오씨에게 집 근처 한 원룸 주소를 알려주며 자신이 그곳에 사는 것처럼 속였고, 오씨는 그날 밤 원룸을 찾아가 생면부지 여성을 성폭행했다.

1심 재판부는 오씨가 이씨의 거짓말에 속아 상황극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씨는) 자신의 행위가 강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알고도 용인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간범 역할을 하며 성관계한다고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판결에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법리 검토를 거쳐 오씨에게 강간 혐의를 따로 추가했다.

6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4일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오씨에게 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80시간의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이라 볼 수 있는 강간 상황극 협의 과정에서 시작과 종료는 어떻게 할지, 피임기구는 사용할지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강간 과정에 피해자 반응 등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을 거라 보이는데도 상황극이라고만 믿었다는 피고인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오씨에게 주거침입강간을 실행하게 했다고 보고 이씨를 주거침입강간 미수죄(간접정범)로 처벌했다. 이씨는 1심에서 오씨를 도구로 이용해 피해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논리의 주거침입강간죄가 적용돼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원심(항소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변론 없이 피고인들과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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