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경찰의 지인능욕, 저는 그저 장난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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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24. 오후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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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피고인에게 저는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동료 경찰에게 ‘지인능욕’을 당한 피해 여경 A씨는 24일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성지호 정계선 황순교) 심리로 열린 서울 모 지구대 소속 김모씨의 항소심 재판에 피해자가 직접 등장해 호소한 것이다.

김씨는 인터넷 랜덤채팅방에서 동료 여성 경찰관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언어 성폭력을 저지르고 전화번호를 공개해 추가 성폭력 범죄를 유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모르는 남자의 메시지를 받고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며 “피해자들의 고통은 피고인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낯선 남자들의 연락에 무방비로 얼마나 난도질당했는지,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다 얼마나 많은 주변인을 잃었는지,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모를 것”이라며 “누군가는 피고인이 잡혀 끝난 것 아니냐고 하지만 피해자들은 낯선 전화가 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건)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정에는 A씨를 비롯한 다른 피해자들도 자리했다. 이들은 A씨가 발언권을 얻어 말하는 동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부터 9개월간 경찰 내부 인사망으로 알아낸 후배 여성 경찰관들의 신상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했다. 그러고는 피해자들이 스스로 음란한 언행을 한 것처럼 꾸몄다. 랜덤채팅 참여자들은 김씨가 공개한 연락처로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적 메시지와 사진을 전송하고 수차례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 측은 이날 “피고인이 랜덤채팅방 참여자들에게 피해자들 번호로 전화를 걸게 한 점에서 전화만 걸고 받지 않은 전화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에 포함되기 어렵다”며 “이런 범행을 제외하면 9개월간 7번의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 (범행의) 반복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법리적으로 무죄라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 입장에서 특정 번호로 수십통의 전화가 계속 걸려올 때 굉장한 노이로제와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데 전화만으로는 공포심을 유발할 수 없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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