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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월주차 자리 팝니다”는 불법? 임대·임차인 갈등 [법잇슈]

입력 : 2024-04-15 19:24:00 수정 : 2024-04-15 2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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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주차난 날로 심화 속
개인 주차공간 공유앱 인기 불구
공동주택 관련법 기준 불명확
집주인·세입자 간 곳곳서 마찰
“세부규정 손질 시급” 지적 일어

서울 서초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반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주차장 공유앱을 통해 자신의 주차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타인에게 월 20만원을 받고 주차 공간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김씨가 사는 주택은 세대마다 지정된 주차 공간이 있고, 사실상 임대료와 관리비에 포함돼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집주인은 김씨에게 연락해 “위법성이 있다”며 항의했다. 놀란 김씨가 주차장 공유앱에 문의하자 “문제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가 주차장을 계속해서 임대하자 집주인은 엘리베이터에 ‘주차장 공유는 불법’이란 내용의 공지를 붙이고,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며 어깃장을 놨다. 김씨는 “국내에서 버젓이 운영되는 공유앱인데, 집주인은 무작정 안 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서울 도심의 만성적인 주차난 속에 개인의 주차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이 일고 있다. 통상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주차장을 개인이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과 해석은 명확하지 않다. 이런 불명확한 기준에도 주차장 임대앱이 도심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지며 공유서비스 이용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주차장에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15일 국내 한 주차장 공유 플랫폼에 따르면 국내의 주차장 공유 이용률은 올 들어 50%가량 증가했다. 주차장 공유앱은 쓰이지 않는 주차공간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것으로, 주차난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출시됐다. 월 정기권을 사고파는 형식인데 월 10만∼40만원에 거래된다.

이 같은 방식은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들은 주차 공유가 빈 공간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도시재생적 방안이라고 평가하며, 주차장 공유앱과 거주자우선주차장 공유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의 부설주차장은 관련 법이 명확하지 않아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주차장법에 따르면 부설주차장은 유료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주차 공유앱이 불법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면서도 “집주인이나 다른 임차인의 동의가 없으면 민사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주택 등의 주차장은 대부분 공용 공간”이라며 “이 공간을 제3자에게 매도할 땐 과반수 이상의 나머지 입주자들과 합의하에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 단지 모습. 뉴스1

관련 규정이 명시된 건 ‘서울특별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이 유일하다.

해당 준칙의 제85조에 따르면 입주자 등은 주차장을 임대할 수 있지만 임대기간 및 임대조건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결정하고, 결정한 내용에 대해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차장 공유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측은 “주택법령의 준칙은 의무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플랫폼 관계자는 “준칙을 준수하지 않고 주차 공유를 한다고 해도 불법이라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면서도 “관련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법을 손보는 게 어렵더라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관련 민원이 계속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주차장 공유를 두고 갈등이 계속될 땐 강제력이 있는 세부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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