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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다 있잖아요”…자영업자 뒷통수 맞는 독소조항 잡으려면 [길 위의 자영업자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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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을 한 명동의 한 가게에 명함이 뿌려져 있다.[사진=매경닷컴DB]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 매출이 회복세를 보여도 “낼 거 다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자영업자들. 고물가에 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른데다 고금리의 대출이자까지. 감당해야 할 짐들이 늘어나면서 코로나에도 살아남았던 가게들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11만15건으로, 조사 이후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섰다.

폐업 공제금 지금액 역시 역대 최대치인 1조2600억원으로 1조원을 처음 넘었다. 그만큼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외식업 자영업자 폐업률은 10.0%로, 지난 2005년 이후 20년만에 10%를 넘어섰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다.

가게는 ‘터’가 있어야 하는 법. 터가 되는 상가 보증금과 월세도 앞다퉈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간한 ‘2023년 상가건물임대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임차인이 지불하는 월세는 5년 전보다 약 17% 올랐다. 같은 기간, 보증금은 24% 뛰었다.

월세를 밀리지 않아도 계약 갱신을 못해 쫓겨나면서 법적공방이 이뤄지기도 한다. 1980년 서울 을지로에 개업해 ‘노맥(노가리+맥주)’를 처음 선보인 을지OB베어는 2018년 건물주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5년 공방 끝에 2022년 강제 퇴거됐다.

을지로에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한 점주는 서울 마포구에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2월 원래 있던 곳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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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노가리 골목’을 떠났던 맥줏집 ‘을지오비(OB)베어’의 철거 전 모습.[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때로는 계약서의 ‘독소조항’이 자영업자의 발목을 잡는다. 임대 계약 시 계약서에 불리한 내용이 담겨도 말을 못하거나 “서류일 뿐 문제 생길 일 없다”는 건물주의 말에 ‘을’은 애써 넘어가는 식이다.

한수왕 법무법인 지율 변호사는 “임대 계약을 할 때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상가임대차 계약 특약사항으로 혹은 부동문자처럼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특약에 넣기도 해 사전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특약을 넣어도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사전에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이 자신이 임차한 부동산을 제 3자에게 다시 재임대하는 경우도 주의가 요구된다. 이를 전대차 계약이라 하는데, 소상공인에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서성민 변호사는 “전대차 계약을 하기 전 건물주의 동의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건물주와 되도록 직접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만약 건물주에게 차임을 지불하며 직접 관계를 맺었다면 임차인이 계약이 끝나도 전차인의 권리는 그대로 주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만약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차를 했다면 임대인은 언제든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전차인도 대항력이 없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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