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이미 팔았는데, 건설사가 잔금 납부 연대책임 협박이라뇨"

조회수 2024. 2.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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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2020년 부산시 남구 문현동에 분양한 ‘국제금융센터 퀸즈W’ 아파트 및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 /분양 홈페이지

[땅집고] “마피 붙은 오피스텔 분양권 처분에 성공해 처음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분양권을 사간 사람이 잔금을 안내고 있다는 이유로, 건설사가 대형 로펌인 김앤장까지 끼고 잔금 납부에 대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협박하니 황당하죠.”

최근 분양권 전매에 대한 상식을 뒤흔드는 사태가 발생해했다. 오피스텔을 최초로 분양받은 뒤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전매했는데, 매수자가 잔금 등 분양 대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며 건설사가 채무에 대한 책임을 매수자뿐 아니라 최초 분양자에게도 묻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오피스텔은 부동산 호황기인 2020년 부산시 남구 문현동에 분양한 ‘국제금융센터 퀸즈W’. 아파트 256가구와 오피스텔 192실로 구성하는 주상복합단지다. 부산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 건설업체 ㈜대성문이 시행과 시공을 맡았다. 입주는 올해 2월 말까지다.

■분양권 손절 끝난 줄 알았는데…잔금 납부 연대책임 지라니

[땅집고]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국제금융센터 퀸즈W’ 오피스텔 분양권 각 주택형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적게는 2000만~3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8000만원까지 붙어 있다. /네이버 부동산

‘국제금융센터 퀸즈W’ 오피스텔 분양가는 주택형별로 원룸짜리 29㎡가 2억2400만~2억3900만원, 투룸형 44㎡가 3억4600만~3억6900만원, 4베이 판상형 설계로 이른바 아파텔 구조인 83㎡가 4억9400만~5억3500만원 정도이다. 당시 집값 상승기라 청약 경쟁률이 최고 21.8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이 오피스텔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하면서 수분양자들이 너도나도 분양권 전매에 나섰다.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분양가보다 더 낮은 금액이더라도 팔아치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주택형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적게는 2000만~3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8000만원까지 붙어 있다.

[땅집고] ‘국제금융센터 퀸즈W’ 오피스텔 최초 수분양자가 이달 (주)대성문으로부터 받은 잔금 납부 연대책임과 관련한 내용증명 문서. /독자 제공

그런데 오피스텔 분양권을 전매한 최초 수분양자들에게 이달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 단지 시행·시공을 맡은 ㈜대성문 측이 분양권을 사간 매수자가 아직 잔금(분양대금의 30%)을 내지 않았다며, 계약서에 따라 최초 수분양자들도 잔금 납부에 대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증명 문서를 발송한 것. 법률 대리인은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대성문 측은 내용증명에서 “분양권 승계에 관한 권리의무승계내역서 제 4항은 ‘권리의무승계 후라도 양수인이 계약이행을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 당사는 귀하에게 그 이행을 강제할수있고, 귀하는 연대하여 책임진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분양권 매수자들이 분양대금을 아직 납부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최초 수분양자들도 연대로 짊어지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땅집고] ‘국제금융센터 퀸즈W’ 오피스텔 계약서 및 권리의무승계 내역서에 연대책임과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다. /독자 제공

땅집고 취재에 따르면 이달 이 같은 내용증명 문서를 받아본 수분양자는 10여명으로 확인됐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20~30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금융센터 퀸즈W’ 오피스텔 83㎡를 분양받았다가 지난해 11월 52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금액에 분양권을 전매했다고 밝힌 A씨는 “분양권 전매 계약을 할 때 매수자들에게 확실하게 권리의무승계했고, 매수자들이 중도금 대출까지 정상적으로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며 “그런데도 건설사가 분양받을 때 설명조차 듣지 못한 계약문구를 들먹이며 잔금 납부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라니 황당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내용증명을 받은 수분양자 중에는 매수인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연락두절된 경우도 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대성문 “분양권 사기 거래 의심돼...우리도 피해자”

하지만 ㈜대성문 측은 수분양자들에게 연대책임 내용증명을 보낸 이유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은행으로부터 ‘국제금융센터 퀸즈W’ 현장에서 단기 대출 급등 현장이 발생했다는 경고를 5~6건 받은 데다 지난해부터 분양권 전매가 많아진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런 거래가 부가가치세 환급을 노린 사기 거래로 추정돼 매수자 뿐 아니라 수분양자에게도 내용증명 문서를 발송했다는 것.

현행법상 아파트처럼 주거용이 아닌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는 건물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가 붙는다. 임대사업자일 경우 계약금·중도금·잔금 매 회차마다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데, 이 점을 겨냥해 오피스텔 수분양자가 분양권을 빠르게 매도하고자 할 경우 매수자 유인책으로 부가세 환급 조건을 제시하곤 한다. 통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을 거래하는 경우라면 매도자가 그동안 환급받은 부가세를 매수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곤 한다.

㈜대성문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잔금 미납부한 분양권 매수자들의 주소지를 보면 우리 현장과 전혀 관련이 없는 수도권·대구 등이라 실수요 거래가 아닌 부가세 환급을 노린 사기 거래라고 판단했다”며 “매도인 측도 여기에 공모했을 여지가 있고, 계약서상 연대책임 조항이 있기 때문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잔금을 못 받고있는 우리도 피해자인 상황”이라고 했다.

김예림 법무법인심목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법원이 부동산 계약 관계에서 다툼에 대한 판결을 내릴때 계약서 내용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만약 소송으로 번질 경우 최초 수분양자들의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도 “하지만 건설사가 이미 분양권을 매도한 사람에게까지 잔금 납부 의무를 지우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분양권 매도자들과 건설사 측 소명 자료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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