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수석변호사/법무법인 해강
이정은 수석변호사/법무법인 해강

대부분의 아파트가 분양 이후 하자보수반(CS센터)을 운영한다. 각 세대의 하자 보수 요청을 받아 보수를 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때 입주민들과 시공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기 쉽다. 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해당 부분이 보수 대상인지 견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입주민들은 통상 소송을 준비한다. 시공사는 소송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합의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하자보수 합의는 시공사 측이 입주민들이 원하는 부분을 보수해주고 향후 쌍방이 소송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해결 방법이다. 합의는 양측이 의사 합치만 이뤄지면 그 즉시 효력을 가지므로 소송보다 시간 소요가 적다. 입주민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래서 시공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입주민 측에서 먼저 합의를 모색하기도 한다. 그러나 합의로 분쟁을 해결할 때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먼저 합의의 대상이다. 하자소송에서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되는 하자는 사용 검사 후의 하자와 사용 검사 전의 하자로 나뉜다. 사용 검사 후의 하자는 공사상의 잘못으로 균열, 뒤틀림, 처짐, 누수 등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하자로서 보수가 필요한 하자다. 입주민들이 아파트 하자보수반을 통해 보수요청을 하는 하자의 대부분은 사용 검사 후의 하자이다. 사용 검사 전의 하자는 설계도면이나 법령의 기준을 지키지 못한 미시공, 변경시공으로서 아파트 품질 저하를 초래하는 것이며 보수가 불가능하고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 하자다. 최근 문제가 되는 철근 누락 등은 사용 검사 전 하자에 해당한다. 

문제는 소송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시도하는 합의 대상이 사용 검사 후의 하자에만 국한되기 쉽다는 점이다. 시공사 측이 합의를 시도하는 시점은 대개 입주민들이 본격적인 소송을 제기하기 직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용 검사 전 하자 부분 등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합의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하자 소송을 진행해 보면 손해배상금의 구성 중 사용 검사 전의 하자가 60~70%를 차지한다. 통상 일반적인 합의시에 시공사 측은 20~30개의 하자항목에 대한 합의를 시도한다. 하지만 소송절차를 통해 전문적인 기관에서 하자조사 시에는 200~300개의 하자 항목이 적출된다. 따라서 소송 전 단계에서 사용 검사 후의 하자만을 대상으로 합의를 하는 것은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음으로 전문적인 진단회사의 하자진단을 거쳐 이를 기초로 시공사와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가 최근에 많아졌다. 이 경우에는 사용 검사 후의 하자의 보수와 함께 사용 검사 전 하자에 대한 보상으로 아파트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공사, 즉 숙원사업공사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합의가 시도된다. 숙원사업공사란 설계도면에는 없지만 아파트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의 증진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 등이 있다. 이 경우 성공적인 합의인지 여부는 숙원사업공사의 내용이 사용 검사 전의 하자의 금액에 어느 정도 근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성공적으로 보이는 합의에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아파트의 하자 대상을 모두 합의 대상에 포함했으므로 제대로 분쟁을 해결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럴 때 합의 이후에 이를 이행하는 것은 전적으로 시공사에 달려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시공사 측에서 합의내용 그대로를 성실히 이행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대방에게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시공사로서는 하자를 보수하거나 숙원사업 공사를 해주더라도 그 대가를 지급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눈가림식 공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아파트에서는 합의한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종합적으로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합의가 오히려 소송보다도 더 복잡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을 수 있다. 즉, 합의는 결코 손쉬운 분쟁 해결 방식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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