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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출근길 신분당선 한 역 3-1 승강장에서 늘 만나는 가족이 있다. 30대 부부와 유모차에 탄 서너살짜리 아이다. 강남역 직장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맞벌이 부부인 듯하다. 30분간 지켜보는 아이는 늘 태블릿PC로 영어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아이가 유모차를 버리고 부모 손을 잡고 걸어다녔다. 아이가 전동차에서 부모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어르신들이 손주 같은 아이를 어떻게든지 노약자석에 앉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 우물에 빠질 것 같은 아이를 구하려고 뛰어드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남에게 양보할 줄 아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是非之心)과 더불어 인간의 본성이다.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다. 어질고 의롭고 예의바르면서 현명하게 살려는 자세가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힘이었다.
요즘 서로 나 몰라라 하는 세상인데 너무 가까워져서 문제가 된다. 층간소음이다. 이웃끼리도 잘잘못만 따지려는 이기심이 넘쳐난다. 말싸움을 넘어 칼부림까지 하고 스피커를 천장에 가져다 대거나 벽을 쿵쿵 치는 보복을 가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웃에 공포심을 줄 정도의 반복적인 보복성 층간소음을 스토킹 범죄로 처벌한 대법원 판결이 그제 처음으로 나왔다. 공동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소양조차 없다면 아예 이웃한테서 멀찌감치 떨어져 사는 게 현명하다는 경종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