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타이어에 가로막힌 골목‥"내 땅 지나가려면 2천만 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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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2.09. 오후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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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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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골목길에 울타리를 세워 차량 통행을 막은 땅 주인.

한 렌터카 업체에 통행료로 월 2천만 원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구청의 시정 명령에도 땅 주인은 울타리를 없애지 않고 있습니다.

김유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 쪽에는 타이어가 잔뜩 쌓여있고 반대쪽에는 높다란 울타리가 세워져있습니다.

큰 길부터 렌터카 업체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도로는 끊겨버렸습니다.

원래는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길목이었는데요, 지금은 이렇게 양쪽에 울타리와 타이어가 설치돼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 됐습니다.

7월 말 임대하던 주유소가 폐업한 뒤 울타리를 세운 땅 주인.

렌터카 업체에 통행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300만 원.

부가세 붙여서 330만 원씩 달라는 겁니다.

업체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 돈을 석 달간 줬습니다.

[김택규/렌터카 업체 사장]
"렌터카 일을 하고 있는데 하루에 1분 1초라도 차량 통행이 안 되게 되면 영업 자체를 못 하고 폐업을 해야 될 상황입니다. 지금 죽을 지경입니다. 진짜 울고 싶습니다."

그런데 땅 주인이 갑자기 금액을 터무니없이 올렸습니다.

앞으로는 한 달에 2천만 원, 거기에 부가세 10%를 붙여 2천200만 원씩 입금하라고 했습니다.

못 내겠으면 그나마 내준 길마저 막아버리겠다는 겁니다.

[땅 주인 (음성변조)]
"편의를 봐줄 수 있는 시간을 9월부터 12월까지로 한정해놨고, 당신이 필요한 장소를 구해서 나가든지 하는 부분은 당신이 알아서 하고… 내 땅을 통해서는 출입을 못 한다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아무리 사유지여도 최소한의 도로도 보장하지 않은 채 울타리를 짓는 건 엄연히 건축법 위반입니다.

[부산 사하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사유지지만 이 건축물을 지을 때 이 도로 폭이 너무 좁으니까 그만큼 후퇴해서 지었어야 되는 거였어요. 도로 공제 부분을 본인이 어기고 거기다가 울타리를 치신 거죠."

땅 주인은 구청의 시정 명령을 받고도 한 달 넘게 울타리를 그대로 방치 중입니다.

사하구는 "서로 원만하게 협의하라"는 대답뿐.

지난 2020년, 해운대구 해리단길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례에서는, 땅주인이 영업방해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지면서 울타리를 자진 철거하는 걸로 사건이 마무리됐습니다.

MBC뉴스 김유나입니다.

영상취재: 박현진(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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