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안전한 물건이에요" 계약했는데 사라진 전세금…26억 쓱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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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0.31. 오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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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피 같은 보증금 빼돌려 명품·도박 즐긴 중개보조인 징역형
지난 4월 20일 대전 서구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일부가 거주하는 한 다가구주택 우편물 반송함에 먼지 앉은 고지서 등이 쌓여 있다. 이 다가구주택은 A 씨가 중개했던 곳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세 사기범 일당과 공모해 임차인들에게서 가로챈 전세 보증금으로 명품과 도박 등을 즐긴 30대 중개보조인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 5 단독(김정헌 판사)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개 보조인 A(35)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대전 서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부동산 업자 일당과 공모해 피해자 26명에게서 전세보증금 26억 5천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주로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전 지역 다가구 주택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면서 '담보 여력이 많아 안전한 물건', '월세만 체결한 건물이라 보증금을 안전히 돌려받을 수 있다'라고 거짓말해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고지하는 수법으로 계약 체결을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A 씨의 말과는 다르게 그가 중개한 건물들은 이른바 '깡통전세'로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등의 선순위 채권이 건물 가액을 초과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그는 대출을 통해 8개월간 3채에 달하는 다가구 주책을 신축하고, 자신과 공범 명의의 건물을 중개하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기존 부채를 돌려 막고, 남은 보증금을 공범들과 나눠 가지는 등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법정에 서게 된 A 씨는 "건물 개별공시지가가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초과해 담보가치가 잔존했기 때문에 임차인을 속인 것이 아니다"며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계약 당시 근저당권설정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고,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마치기도 전에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한 점 등을 토대로 계약기간 만료 무렵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제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어 임차인들을 속인 점이 인정된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어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빼돌리고 이중 10억 원 이상을 도박과 명품 의류 구입에 사용했다"며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피해 보상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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