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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내집인데 벌금을?…657대 1 경쟁 뚫고 분양 받았다가 피눈물 [매부리레터]

이선희 기자
입력 : 
2023-03-15 14:35:09
수정 : 
2023-03-15 14: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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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시적 유예기간 앞두고
“오피스텔 전환 현실적 불가능”
생숙 거주자들 ‘불법’ 내몰려
수천만원 이행강제금 내야할 판
최대 낙폭 보인 서울 아파트 값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전입신고 된다고 해서 분양받았는데 이제와서 불법이라니요? 내 집에 살면서 왜 벌금을 내야하나요? (오피스텔로)용도변경 된다고 (정부가)해놓고 현실은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제발 내 집에서 편하게 살고 싶어요.”

15일 인천 생활숙박시설에 거주중인 직장인 양모씨(43)는 요즘 잠을 못자고 있다. 양씨는 생활숙박시설(‘생숙’)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 건축물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이 되지 않으면 ‘거주’가 불법이 된다. 정부가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을 허용한 올해 10월까지 용도 전환이 되지 않으면 양씨는 ‘불법 거주자’가 돼 이행강제금을 내야한다. 이행강제금은 매매가의 10%로, 예를 들어 3억원에 분양받았으면 3000만원을 내야한다는 뜻이다.

양씨는 “정부가 오피스텔로 변경가능하다고 했지만 사실상 오피스텔로 변경이 안된다. 되지도 않는데 말로만 ‘규제완화’를 해놔 입주자들 맘 고생만 심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전환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전환을 허용했는데 현장에서는 “효과가 없는 규제 완화”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생활숙박시설은 ‘주거’ 기능을 강화한 숙박시설이다. 기존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이지만 객실 내 취사와 세탁이 가능하고 개별등기가 가능하다. 취사가 되기 때문에 ‘주거’ 기능이 있지만, 건축법 용도상 숙박시설이다.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원칙상 전입신고를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안된다.

그러나 개별등기되고 객실 내 취사와 세탁이 가능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분양대행사가 ‘거주할수 있다’고 홍보해 이를 믿고 분양받은 사람들도 많은 실정이다.

정부는 생활숙박시설에 거주하는 수요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2021년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을 허용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2년간 유예했다. 바닥난방이나 전용 출입문 설치 등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여러 건축 기준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정부는 2023년 10월14일까지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못한 생활숙박시설은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불법이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피스텔로의 전환 유예기간이 7개월밖에 안남았지만 전국에서 오피스텔로 전환에 성공한 생활형숙박시설은 찾기 힘들다. 생숙 분양자들은 오피스텔로 전환하고 싶어도 현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오피스텔과 생숙의 차이
오피스텔과 생숙의 차이

분양 계약자 100% 동의를 받아야하고, 주차장 면적 등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맞춰야한다. 또한 건축법 요건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오피스텔 자체가 해당 구역에 불허되는 용도이면 용도변경이 불가하다.

송도 생숙 분양자 이모씨는 “지자체는 (전환이)안된다고 하고, 국토부는 지자체에 물어보라고 한다. 불법 거주가 싫어서 전환하고 싶어도 현실상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정말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했다.

천안 생숙 분양자 김모씨는 “분양받을때 상담사가 집처럼 거주 할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불법이라고 한다.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이 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구청에서는 (전환)안될거라고 하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 인천, 천안 등 전국 생활숙박시설으 약 8만실에 달한다. 이중 대다수는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0월까지 오피스텔로 전환을 못하면 ‘불법 거주자’가 매매시세의 10%가량을 이행강제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생활숙박시설은 부동산 규제가 심하던 2021~2022년 열풍이었다.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아 대출 규제가 느슨하고, 전매가 자유로워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주거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불법 거주자’로 몰려 이행강제금을 내야할 처지다. 위탁업체에 맡긴 사람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강릉, 속초, 부산 등 생활숙박시설은 공급과다와 수익성 악화로 마이너스피 매물이 쌓이고 있다.

팔고 싶어도 고금리에 매수세가 뚝 끊긴 실정이다. 2021년 평균 657대1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르웨스트’는 마이너스피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곳 전용 111㎡ 분양가는 최저 19억1700만원, 최고 20억9400만원이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1~2년전 분양한 생숙은 그때 청약 열기가 너무 과해서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런데 지금같은 고금리에서 상가랑 지식산업센터처럼 수익형 상품은 매수자 찾기가 힘들다. 게다가 주거도 안되고, 호텔처럼 사용하자니 수익도 안나기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라면서 “규제를 피해 만들었는데 집도 아니고 호텔도 아닌 애매한 부동산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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