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냈는데도 입주 못합니다”…청약 당첨자들 날벼락 맞은 사연 [매부리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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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12. 오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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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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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 처분기한 2년으로 연장됐지만
주택 처분전엔 등기 못치고 입주 불가
청약 당첨자들 “2년내에도 집 못팔아
차라리 계약 취소해달라” 아우성


경기 지역에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송도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집은 급급급급급매로 내놓았지만 아무도 보러오지 않아요. 집이 팔리지 않아서 대출은 못받고, 청약 받은 아파트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될 판입니다. 우리 아이가 ‘우리집 망하는거냐’고 물어보는데 눈물만 납니다.”

청약 당첨자 A씨는 최근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3년 전 청약에 당첨된 집 때문입니다. 1주택 처분 조건부로 청약에 당첨됐는데 이게 발목을 잡을 줄 몰랐습니다. 새 집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집을 처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거래절벽에 도무지 집이 팔리지 않습니다. 정부는 A씨와 같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 처분 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려줬습니다. 그러나 이 규제가 더욱 사람을 피말리게 합니다.

1주택 처분기간 6개월서 2년으로 늘렸지만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27일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청약 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 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실수요 중심으로 이미 이사를 가거나 (청약에) 당첨돼 이동해야 하는 수요가 거래단절 때문에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기존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는 입주 가능일 이후 6개월 이내에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당첨자 지위가 취소됩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 6개월을 24개월로 수정한 것입니다. 2년동안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분양권 당첨 자격은 취소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개정령안을 오는 21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23일께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 사안만 보면 A씨와 같은 사람들은 한숨 돌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청약 당첨자들은 “오히려 두 번 죽이는 법”이라고 호소합니다.

왜냐하면 처분 기간을 24개월로 늘려줬을뿐,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집을 처분하지 못하면, 새 집에 입주를 못할뿐더러 소유권 이전 등기도 받을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청약을 받을 당시 당첨자는 “처분조건”으로 청약을 받았습니다.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입주하기 위해서는 소유권 처분계약에 관하여 신고하거나 검인을 받아야하며, 검인받지 않을 경우 입주할수 없고, 처분을 완료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체부터 공급계약이 해지될수 있습니다.

즉 이번 개정으로 “입주가능일로부터 6개월내 처분하지 못하면 당첨이 취소되는” 기한이 ‘24개월’로 늘어났을뿐, 새집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처분’해야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분양자가 먼저 입주하도록 했다가 만약 2년 안에 기존주택 처분을 못할 경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을 해야 하는 등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이자는 쌓이고 집은 안팔리고 ‘사면초가’


이 때문에 집이 처분 안됐더라도, 우선 새집에 입주한뒤 2년내 처분하려고 계획한 실수요자들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입주해야하는 주택에 잔금을 치룬 B씨는 “돈은 다 냈는데 입주키를 못받고 있다. 집이 안팔려서 대출도 못받고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가까스로 잔금을 냈다. 그런데 입주도 못하고 관리비만 쌓이고 있다”면서 “도대체 내 집에 돈 다냈는데 왜 집을 안주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소유권 이전 등기도 받을 수 없습니다. C씨는 “등기가 돼야 전세라도 놓을텐데, 이건 내집도 아니고 남 집도 아니고 정말 미치겠다”고 했습니다.

입주 여부는 건설사마다 다릅니다. 대부분 건설사는 입주을 안시켜주고 있지만, 이번 개정 이후 일부 건설사는 실입주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D씨는 “건설사가 잔금 내면 입주는 된다고 한다. 그런데 등기는 못친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되느냐”면서 “입주후 2년 살다가 기존집 처분안되면 잔금 돌려받고 다시 쫓겨나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2년 내 집이 안팔리면 과태료 500만원, 고의성이 있다면 3년 이하 징역형 등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47.7로 최저치입니다. 대부분 집이 안팔려서 입주를 못하고 있습니다.
1주택 처분 조건부로 당첨을 받은 E씨는 “급급급매로 내놔도 안팔리고, 친척들한테 (집을) 사달라고 해도 다들 싫다고 한다”면서 “1년전부터 내놨는데 집을 보러오지 않고, 내년에는 집값 더 떨어진다고 하는데 누가 집을 사겠냐. 청약 받은 것 때문에 내 인생 망하게 생겼다”고 했습니다.

1주택 처분 조건부 당첨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호소합니다.

“등기도 입주도 할 수 없는데 2년 연장이 무슨 소용이며 대출도 안 되는데 잔금과 중도금은 어떻게 내야하나요. 2년간 빚더미 새 아파트에 이자만 늘어나게 생겼네요. 차라리 분양 취소 해주세요.”

주택 거래절벽은 신축 아파트 입주를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사업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47.7로 전월대비 21.9p 급락했습니다. 전국 입주전망지수는 조사 이래 최저치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집이 안팔려서”입니다. 미입주 원인은 기존 주택매각 지연(44.7%)과 세입자 미확보 (27.7%), 잔금대출 미확보 (21.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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