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방부터 빼라네요”…전세금 못 받았는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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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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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주인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일단 이사부터 하면 추후에 전세금을 돌려준다고 한다.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어 돌려줄 때까지 버티겠다고 하자, 집주인은 계약이 끝나면 제가 불법 점유자가 되기 때문에 명도소송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버티는 것인데 불법 점유자가 되는 게 맞나요?”

위 사례처럼 최근 집값 폭락으로 인한 깡통전세(담보 대출과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 매물이 성행하면서 관련 분쟁도 속출, 주의가 필요하다.

주택 임대차 관계에서 집주인과 세입자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동시이행이란 보증금 반환의무가 있는 집주인과 집을 돌려줘야 하는 세입자의 명도의무가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미 자체로 보면 간단하지만, 현실에서는 훨씬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이와 관련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세입자는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에서 집을 돌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악덕 집주인의 경우 편법적인 조건을 내세워 명도의무를 강요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세입자 전세금반환 때까지 해당 주택에 머물러도 법률상 불법 점유가 아니며,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맞서면 된다”고 했다.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이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상대로 세입자가 제기하는 소송으로, 소송기간은 4개월정도 걸린다.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에서는 동시이행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법률적으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각자의 의무 이행을 제대로 지켰느냐, 아니냐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만약 전세금반환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면서 세입자에게 나가라고 하는 집주인이 있다면 이는 위법에 해당해 세입자가 명도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법률상 문제가 없다. 다시 말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상황이라면 전세금을 돌려줄 때까지 계속 거주해도 불법 점유가 아니라는 의미다.

엄 변호사는 “가령 세입자 입장에서 이사가 급해 명도의무를 먼저 지켜야 할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제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상황에서는 세입자가 이사하더라도 명도의무를 지킴과 동시에 해당 주택에서의 세입자 지위가 유지된다. 때문에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귀띔했다.

반면 법률적인 허점을 이용해 자신은 전세금반환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세입자에게 명도의무를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이사비용을 제공하는 대가로 명도 합의서를 작성시키면서 합의사항 위반 시 세입자에게 5000만원의 위약금을 부담케 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에서 세입자가 마음을 바꿔 이사비용을 돌려주자 집주인은 합의사항 위반으로 세입자에게 5000만원의 위약금이 생겼으니 전세금반환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합의사항 미준수로 위약금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하며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대법원 2017다 224630, 224647).

엄 변호사는 “해당 판례는 집주인이 전세금반환 의무를 지킨 상황에서 세입자가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타당했을지 모르나 동시이행 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집주인의 주장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집주인이 법을 준수하기 위해 전세금반환을 하려 했지만, 오히려 세입자가 전세금반환을 거부하며 버티는 사례도 있다. 동시이행을 역으로 악용하는 경우다.

엄 변호사는 “이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가 전세금반환을 거부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명도소송을 제기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우선 자신의 의무를 지킨 후 상대방에서 책임을 물어야 법률상 문제가 없기에 법원에 보증금을 공탁하는 절차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탁이란 전세금을 공탁기관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즉 세입자가 고의로 전세금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법률상 지정된 기관에 전세금을 맡김으로써 전세금반환의무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전세보증금 피해 예방 팁은…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안전하게 자신의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예방 팁을 소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먼저 전세계약 전에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거나, 등기부등본상 선순위인 근저당 금액 등이 과다한 주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계약 종료 시점에 새로운 임차인을 찾기 어렵고, 경매처분 시에도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잘 확인하고 전세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 종료 시점에 임대인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등 사정이 발생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보증회사가 이 상품에 가입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준다.

보증기관의 심사를 거쳐 가입해야 하며, 가입할 때 임차인이 보증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본인의 주택 유형, 보증 금액 등에 따라 보증기관별로 유불리가 다를 수 있어 꼼꼼하게 따져본 뒤 가입 기관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령,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는 신혼부부와 다자녀, 저소득, 장애인,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보증료를 할인해 주고 있다. 또 주택금융공사는 보증료율이 낮으나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 이용자만 가능하다.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네이버부동산, 카카오페이 등 가입 채널이 다양하다. 서울보증보험은 고가 주택도 가입할 수 있다.

천성준 은행감독국 가계신용분석팀 수석조사역은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보증기관에서는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반환보증은 임대인 동의 없이, 전체 전세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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