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아파트 누수, 나몰라라 하는 윗집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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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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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수리 미루면 피해 커져…내용증명 등으로 대응”
협조하지 않을 경우 수리 후 민사 소송
재물손괴죄 고소도 가능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5년 된 구축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이달 초 수도권 지역 폭우가 쏟아질 때 거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누수 원인을 알아보려고 윗집을 찾아갔는데 윗집은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임차인이었다.

A씨가 집에서 물이 샌다고 알렸지만 윗집 임차인은 시큰둥했다. 임대인 전화번호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대로 놔두면 벽지와 가구 모두 상할 것 같았지만 윗집이 협조하지 않아 A씨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A씨의 경우처럼 아파트 누수 문제가 발생했는데 윗집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조계 전문가들은 윗집 임차인에게 ‘협조하지 않을 경우 손해가 계속 확대될 수 있다’고 고지하는 등 증거자료를 남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윗집 주소에 등기부등본을 떼면 임대인 주소가 나오므로 내용 증명을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해도 협조하지 않을 경우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6일 YTN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회생파산연구소 이서영 변호사는 “최근 폭우로 인해 법무법인에 누수 문의가 빗발친다고 한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임차인들은 본인 피해가 당장 없기 때문에 협조를 잘 안 해줄 수 있다”며 “이럴 때는 계속 기다리기보다는 집 소유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누수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민법상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공작물 점유자에게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점유자인 임차인이 손해 방지를 위한 주의를 다 한 경우 소유자(집주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누수 문제는 노후화로 인한 윗집 배관 부식 등으로 발생하는데 이 경우 윗집 집주인이 책임을 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 변호사는 A씨 사례에 대해 “윗집 임차인의 특별한 문제가 아닌 경우 원칙적으로는 소유자인 윗집 임대인이 책임을 지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다만 누수가 어디서 시작됐는지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질 수도 있다.

원인을 알기 어려울 경우 전문 업체를 불러 누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누수가 윗층 바닥면적 균열이나 파이프 손상 등인 경우 윗층 집주인이 책임을 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만약 외벽에서 천장을 타고 들어온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에 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만약 건물 공용 배관에 문제가 있었을 경우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가입한 단체보험이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보수공사를 할 수 있다.

누수 피해가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먼저 A씨가 자신의 돈을 들여 수리를 진행한 후 책임이 인정되는 상대방에게 민사 소송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윗집이 계속 협조하지 않을 경우 재물손괴죄로 형사 고소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지난 2004년 서울동부지법은 온수관 점검 거부 등으로 인한 누수 발생으로 아랫집에 피해를 입힌 윗층 주인에게 재물손괴죄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다만 누수로 인한 손해배상 범위도 아랫집 요구가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견적에 대해 윗집과 아랫집의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법원은 전문가에게 의뢰해 객관적 감정 가격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누수가 발생한 아랫집이 벽지, 천장, 가구를 모두 교체하겠다는 식으로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 윗집이 그것을 무조건 따를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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