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사기’ 기승…110명 보증금 44억 가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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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24. 오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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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19년 전북 익산의 한 대학가. 15동의 원룸 건물을 소유한 A 씨(당시 43세)는 120여 명의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과 임대계약을 했다. 당시 A 씨는 대출금 미납 등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웠고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도 없었다. 매물도 대부분 ‘깡통전세(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건물)’였다. A 씨는 이 같은 사실을 감추고 계약을 반복한 끝에 110여 명의 보증금 44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24일 A 씨와 같은 경우를 포함해 △무자본·갭투자 △부동산 권리관계 허위고지 △무권 계약 △위임범위 초과계약 △허위보증보험 △불법 중개·매개 등 흔히 발생하는 7가지 전세사기 유형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매매값 전셋값 비슷한 ‘깡통전세’ 기승

가장 흔한 사기 유형은 소위 ‘깡통전세’다. 매매값과 전셋값이 비슷하거나 전셋값이 더 높아 집주인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숨기고 임대차계약 체결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다.

직장인 정지영 씨(34)는 3년 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신축빌라를 계약했다.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집주인 박모 씨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 씨는 뒤늦게 은행으로부터 박 씨의 채무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듣게 됐다. 박 씨는 정 씨가 계약한 전셋값과 같은 가격으로 빌라를 사들였다.

경찰은 계약 단계에서 임대 물건의 시세를 정확하게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매매값과 전셋값이 비슷하거나 혹은 전셋값이 더 비싼 경우 ‘깡통전세’일 확률이 높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의 시세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rt.molit.go.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소유권이 없으면서도 관련 서류를 위조해 소유자 등 실권리자인 것처럼 속여 보증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서울 관악구에서 적발된 피의자들은 오피스텔을 월세로 임차한 뒤 전세계약서 및 주민등록증 등을 위조하고, 주인이나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며 피해자 7명과 전세 계약 후 보증금 15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고 소유자의 신분증 진위 확인을 통해 등기부등본의 소유자가 집주인과 동일인물인지를 확인라고 권한다.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은 전화번호 ‘1382’ 또는 정부24(www.gov.kr)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전세사기 급증…경찰, 수사본부 신설
임차인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 이력을 확인하기 어려워 전세 사기에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하모 씨(31)는 지난해 4월 서울 강서구 한 빌라 전셋집을 계약했다.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믿고 계약했으나 올해 2월 하모 씨가 거주하던 집이 관할 세무서로부터 압류 처분을 받으며 집주인이 63억원에 달하는 세금 체납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 씨와 같은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선 계약 단계에서 임차인이 집주인의 세금체납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인터넷 홈택스 혹은 세무서 방문을 통해 임대인의 국세완납증명서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경찰은 경찰청에 수사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해 25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전세사기를 특별단속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 사기 관련 엄정 대처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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