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부동산 대출 사기에 악용되는 '엉터리 공문서'...곳곳에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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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07. 오후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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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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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엄연한 국가 공문서가 신종 부동산 대출 사기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버젓이 세입자가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손쉽게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대부업체는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거액의 피해를 당했습니다.

관계 기관들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취재앤팩트, 이 내용 연속 보도로 전해드리고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서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우철희 기자!

[기자]
우철희입니다.

[앵커]
일단 핵심은 국가 공문서가 신종 부동산 대출 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게 핵심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문서들입니까?

[기자]
전입세대 열람내역서와 확정일자 부여현황이라는 공문서입니다.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 그리고 전입신고나 전월세 계약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공문서인데요.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는 행정안전부 관리 공문서로서 집 주인 또는 세입자가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해서 발급 가능합니다.

실제 은행 등 금융기관 대출 때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공문서인데요.

확정일자 부여현황은 대법원이 관리하는 공문서인데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를 통해서 발급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공문서들을 이용해서 대체 어떤 부동산 사기 피해가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기자]
갭 투자라고 하죠.

주로 세입자를 낀 채로 빌라를 매수하는 건데요.

이렇게 신축 빌라를 매수해서 대출업자나 높은 이자를 받고 싶은 일반인들에게 접근을 합니다.

그리고는 건축업자를 사칭하거나 은행 대출이 안 나오는데 급하게 돈을 좀 써야 한다면서 빌라를 담보로 맡기고 높은 이자를 낼 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제안하는 건데요.

피해자의 말을 들어보실까요.

[A 씨 / 사기 피해자 : 법정이자 기준 연 20%를 주겠다. 안양에빌라가 있는데 작년에 지은 새 빌라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은행에 돈 빌리면 되지 왜 나한테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냐고 물었더니 은행 대출이 잠겨서 안 된대요.]

[기자]
세입자가 있으면 담보가치, 그러니까 대출가능 금액이 감소합니다.

집이 잘못됐을 때 경매에 넘어가면 대개 세입자가 먼저 돈을 받을 권리를 갖기 때문인데요.

이때 대출을 더 많이 받고 돈 빌려주는 사람을 안심시킬 목적으로 세입자가 없다는 증거로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제출하는 겁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에서 수사해서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겼고 현재 서울중랑경찰서와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서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사를 통해 파악된 사기 피해금액은 100억 원에 육박하고요.

아직 수사기관에 고소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도 추가로 수십억 대로 추산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먼저 전입세대 열람내역서,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기자]
한마디로 세입자가 버젓이 있는데도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속일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그래픽을 하나 보실 텐데요.

저와 함께 취재했던 촬영기자가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의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를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겁니다.

하나는 1904동 303호, 다른 하나는 제1904동 제303호 이렇게 돼 있는데요.

사실상 같은 주소인데 하나는 거주자가 있고 다른 하나는 세대주 없음으로 분명하게 기재가 돼 있습니다.

이밖에도 도로명 주소 대신 지번 주소로 발급을 신청한다거나 대문자 A동을 소문자 a 등으로 발급 신청하는 등 한마디로 주민등록상 주소와 조금만 다르게 발급을 신청하면 버젓이 세입자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공문서를 발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번에 YTN 취재를 통해서 확정일자 부여현황에서도 발급상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죠?

[기자]
전입세대 열람내역서 발급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저희 YTN이 지난달 9일에 처음 보도를 했고요.

이후에 꾸준히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전입세대 열람내역서 피해가 대다수입니다마는 며칠 전에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도 세입자가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엉터리로 발급됐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한번 떼봤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그래픽인데요.

동료 취재기자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 집의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발급을 받았는데 제804호와 804호, 이 역시도 사실상 같은 주소거든요.

그런데 하나는 세입자가 있고 다른 하나는 부여된 확정일자가 없다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옵니다.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는 주민센터에 직접 가서 발급받아야 하고 공무원들의 확인을 한 번 거치지만 확정일자 부여현황은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부존재 확인이라는 란을 누르면 되는데요.

심지어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아닌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발급이 가능합니다.

앞서 인터뷰로 보셨던 경북 경주에 거주하는 60대 A 씨는 30년 동안 장사로 모은 돈과 은행 대출, 딸 결혼 비용까지 3억 8000만 원을 떼일 위기에 처했는데 국가 공문서를 믿었다가 낭패를 본 겁니다.

심지어 경매 절차에 대해서 세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뗐는데도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발급됐다면서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고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A 씨 / 사기 피해자 : 전입세대 열람내역서에는 전입세대가 아무것도 없고 전세 세입자가 확정일자 받은 것도 없어서 100% 믿었죠. 그런 중요한 문서인데 엉터리로 나오는 건 정말 꿈에도, 1%도 생각 안 했습니다.]

[앵커]
시스템이 허술해 보이는데 이렇게 허술한 시스템, 원인은 뭡니까?

[기자]
관계기관의 허술한 관리, 기관 시스템끼리전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는 주민등록을 기반으로 한 행정안전부 관리 공문서고요.

주민등록상 주소와 다르게 발급을 신청하면 아예 발급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주소다, 이렇게도 아니고 세대주 없음 이렇게 발급이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확정일자 부여현황은 전·월세 계약서를 기반으로 한 대법원에서 관리하는 공문인데요.

보통은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 신청하는데그때 주민센터에 제출하는 주소 그대로 등록이 돼서 이것과 조금만 다르면 역시 확정일자 없음으로 발급이 되는데요.

대법원 관계자의 말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관계자 : 정보 제공을 요청할 때 부동산 표시가 조금만 달라도 확정일자가 부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보통 등기부 등본에는 아파트 같은 집합건물은 제 몇 호 이렇게 등록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문제인데요.

대법원 등기부 등본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이 서로 호환되지가 않아서 기관에서 공문서를 발급할 때 교차 확인이 불가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앵커]
관계기관에서도 뒤늦게 개선책 마련에 들어갔죠?

[기자]
대법원과 행정안전부 모두 YTN 취재가시작된 이후에야 관련 문제점을 인식했습니다.

지난달에 먼저 문제가 지적된 전입세대 발급내역서 관련해서 행정안전부는 이미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알리는 공문을 내려보냈고요.

각 지자체 의견 수렴을 하고 있는데 마치는 대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을 방침입니다.
또 대법원도 행정안전부나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시청자 여러분들이 어떤 점을특히 주의해야 하는지도 설명해 주시죠.

[기자]
처음 이 내용을 취재할 때만 해도 일부대부업자에게만 사기피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간 돈거래를 하는 경우라면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빌라를 담보로 돈을 빌려달라고한다면 일단 의심하고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나 확정일자 부여현황만 믿을 게 아니라 반드시, 그것도 여러 차례 해당 빌라를 방문해서 세입자 여부 확인해야 합니다.

사기 피의자들은 문패를 바꾸거나 가족이 잠시 살고 있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속이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하셔야 합니다.

또 수사기관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피의자들에게 구속 또는 실형 선고 내려지면 혹시 돈을 받지 못할까봐 피해자 중에 고소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 제보자들이 돈을 빌려줬다는 사람들의 이름이 다 다른데요.

이 점은 공문서 발급의 허점을 미리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기 피의자들끼리 서로 수법을 공유해서 굉장히 많이 퍼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또 금액도 크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1부 우철희 기자와 함께 관련 내용 짚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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