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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싸다고 덤비다간 낭패…"빌라경매, 앉아서 수천만원 손해봤어요" [WEALTH]

유준호 기자
입력 : 
2022-03-04 17:26:45
수정 : 
2022-03-04 21: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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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LTH] 빌라 경매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개발호재 매물 자주 나오지만
불법 증축·용도변경 따져봐야
이행강제금 연2회 부과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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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서부지법에 열린 경매에서 서울 은평구 녹번동 가든빌라 전용 29㎡는 2억503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1억7100만원이었지만 응찰자 7명이 경합을 벌이면서 감정가의 약 1.5배 가격에 낙찰이 이뤄졌다. 지하층이지만 서울 지하철 6호선 역촌역이 불과 7분 거리에 있는 역세권 다세대주택이다. 앞서 지난 1월 2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망원아트빌라(전용 41㎡) 경매에는 무려 22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1995년 지어져 준공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노후 빌라지만 한강변에 인접해 향후 재개발 시 높은 개발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응찰자들 이목을 끌었다. 2억4500만원으로 감정받은 이 물건은 3억3825만원을 써낸 응찰자에게 돌아갔다. 낙찰자는 지난달 매매 시장에서 거래된 같은 전용 매물(3억9000만원)보다 5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물건을 취득했다.

대출 규제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집값 고점 인식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었지만 빌라 경매 현장에는 여전히 '온기'가 감돌고 있다. 특히 재개발 등 개발 호재가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응찰자가 수십 명 몰리는가 하면 감정가를 크게 웃돌며 낙찰이 이뤄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 경매 시장은 매매 시장 한파의 여파를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감정가에 공급되는 빌라 매매는 그 열기가 아직 꺾이지 않은 상태다.

4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빌라(연립·다세대) 경매에 참여한 응찰자는 1929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응찰자 수는 4.41명으로 지난해 2월(4.57명)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을 기준으로도 지난해 3~5월 2명대까지 떨어졌던 평균 응찰자 수가 올해 1월 4.00명, 3월 3.18명까지 늘어나며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빌라는 아파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물건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달 전국 경매 시장에서 매각이 진행된 437건의 총 낙찰가는 530억원으로 평균 1억2131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올해 서울 경매 시장에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높았던 상위 10개 물건도 낙찰가가 1억266만~5억2889만원으로, KB부동산이 파악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12억6891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에 경매가 진행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경매 시장으로 실거주 수요가 옮겨 가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저층 주거지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노후 빌라에 투자하는 수요도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주택 보유자가 자의에 의해 내놓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거래가 드문 개발 호재 지역에서 나오는 매물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경매 시장의 장점이다. 올 1월 응찰자 22명이 몰린 망원아트빌라 역시 개발 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투자자는 많지만 매매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극히 드물다는 평가를 받는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개발 초기 단계로 한강변에 최소 25층 아파트로 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매 시장에서 좋은 물건을 잡으려면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위반 건축물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빌라는 건축법상 주택으로 쓰이는 층수가 4개층 이하여야 한다. 간혹 최저층이나 최상층을 근린시설로 허가받고 5층 이상으로 건축하는 경우가 있다.

근린시설 부문을 주택으로 무단 변경해 사용하다 지방자치단체에 적발되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불법 개조된 건축물을 원상 복구할 때까지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연 2회 부과한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877곳에 대해 62억700만원의 이행강제금 부과가 이뤄졌다.

특히 재개발 지역은 경매로 집을 매입하더라도 취득 시기에 따라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가령 정부가 2·4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저층 주거지인 빌라를 주요 사업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현금청산일이 지난해 6월 29일이다. 정부가 발표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에 있는 빌라는 지금 경매로 매입해봐야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후보지 상태는 아니지만 도심복합사업 추진 이야기가 도는 곳이라도 현금청산에 주의해야 한다. 향후 뒤늦게 사업 후보지로 지정되더라도 현금청산일을 동일하게 적용받기 때문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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