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아직 1년 이상 남아있다는 점이다. 권리금을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내리고 새 임차인을 구하고 있지만 장사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새 임차인을 구하지 않고 폐업하면 남은 계약 기간만큼 매달 700만 원씩 월세를 내야 한다. 그는 “폐업하면 대출을 바로 상환해야 하는데 남은 월세까지 감당하기는 벅차다”고 말했다.
앞으로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월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경우 임대차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계약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코로나19 방역지침상 영업 제한을 3개월 이상 받았고, 이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는 점만 입증하면 새 임차인을 구하지 않고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해지 시점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해지 통보한 날로부터 3개월 이후다.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선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 피해가 극심한 자영업자에게 퇴로를 열어 주려는 것이다. 전국 자영업자 80만여 명의 매출 데이터를 보유한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매출 규모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4%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임대료 수준은 1년 전보다 13.8% 내리는 데 그쳤다. 매출이 대폭 감소한 데 비해 임대료 감소폭은 크지 않아 자영업자의 실질적 부담이 커진 셈이다.
개정안이 임차인에게 당장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대인들이 중도 계약 해지를 염두에 두고 임대료를 미리 높이거나 각종 특약을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사정의 중대한 변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판례가 쌓일 때까지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임대인들의 불만을 의식해 “이번 개정안으로 임대인에게 손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제도를 실행하며 보완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정안을 이번주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과 야당 반대 등을 감안할 때 이달 임시국회에서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