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난 심해지자…주택임대사업 양도세 혜택 그대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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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0. 오전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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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폐지 예고했다가 철회
원룸·빌라 신규임대사업 허용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여당과 정부가 주택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전격 폐지를 예고했던 민간 임대등록사업 제도를 현행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원룸·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이 중단 없이 허용된다.

또 임대 의무 기간을 채우고 자동 말소된 민간 임대주택사업자의 경우 아파트와 비아파트 관계없이 현행대로 무기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간 임대등록사업 제도 개편에 대한 당정 논의는 사실상 중단했다.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여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둔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목표를 제외하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한 추가적인 손질은 없을 것"이라며 "(대선을 앞둔 만큼)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민간 임대등록사업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론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6월 최종 당론 채택 과정에서 한 발 물러서며 원점 재검토 및 '생계형' 비아파트 임대주택사업자 구제 방안 마련을 시사했다.

부동산특위 해체 뒤 당내에 별도로 구성된 부동산 공급 태스크포스가 해당 논의를 인계받았지만, 당정은 현행 유지를 전제로 민간 임대주택사업 제도 개편 논의를 아예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생계형'뿐 아니라 비아파트 임대주택사업자 전체의 신규 등록이 허용되고, 기존 임대사업자들이 등록 말소 후에도 무기한 적용받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유지된다.

그러나 당정이 이 같은 현행 유지 방침을 그동안 공식 발표하지 않은 데다, 오락가락을 거듭해 온 제도 개편 논의에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들은 불안해하고 혼란을 겪고 있다.

[윤지원 기자]

실거주 의무 백지화 이어…부동산정책 속속 원점회귀

강남집값에만 몰두하다 꼬여
"부동산 정책 기조 안바꾸면
집값·전셋값 잡기 힘들 것"

여당이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거주 법안을 폐기한 데 이어 임대사업자 양도소득세 혜택도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우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당정은 이외에도 최근 △신규 계약에 대해 임대차법 적용 △근거 없는 공시가의 과격한 인상 등을 밀어붙이다가 없던 일로 하거나 재산세를 깎아주는 등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당정이 드디어 정신 차렸나" "잘못된 정책을 유보하는 건 긍정적"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중지하기로 했다가 되살리기로 한 것은 악화된 전세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규 전세 계약에 대해서도 임대료 상한을 두려 했지만 이 역시 없던 일로 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추가 개정 의사나 검토 계획은 없다"며 "임대사업자 제도도 더 이상 건드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공시지가 6억~9억원 구간에 있는 주택의 재산세율도 0.40%에서 0.35%로 낮췄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 법안을 폐기한 것도 시장이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이 법안으로 집주인들이 실거주하면서 세입자가 쫓겨나는 결과만 발생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막고, 임차인을 외곽으로 내모는 정책을 되돌리지 않는 한 미세 조정으로 난관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종합부동산세 2% 부과 논의에서 보듯 현 여권의 기조인 있는 자와 없는 자의 편 가르기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정책 시정도 그저 '생색내기'나 '보여주기'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가 계속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꼬인 건 정책의 출발이 주거 안정보다는 '강남 집값 잡기'였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대출 규제·세제 압박을 통해 강남 등 선도 지역의 집값부터 떨어뜨린다는 모토를 내걸었지만 다주택자의 똘똘한 한 채 전략에 수포로 돌아갔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부동산 정책을 펼 때 보호할 실수요자를 먼저 특정하고 시작했어야 했는데 강남 집값 잡기가 되면서 꼬여버렸다"며 "갭투자는 실수요자의 유일한 자산 축적 과정이라 이를 투기로 몰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 다주택자든 실수요자든 상관없이 대출을 조이면서 실수요자만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이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 안정은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말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고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이 전혀 없다"며 "현재로선 2017년 8월 2일 이전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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