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06년 건설임대업체인 A법인이 폐업하면서 시작됐다. 1985년 설립된 A법인은 1996년 부산시 소재 상가 부동산을 매입한 후 시민단체 성격의 ‘B연맹’에 임대했다. 그러나 이후 A법인은 사업 활동을 중단해 사업자 등록이 폐지됐고 2006년에 청산 종결(폐업)했다. 폐업 당시 A법인은 1999년 서울 시내에 건물을 사면서 납부했어야 할 취득세 등 총 35억원을 체납 중이었다.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는 A법인이 임대사업을 하던 부산시 소재 상가를 방문 조사했다. 그런데 당초 임차인이던 B연맹이 대형슈퍼인 C마트와 불법으로 전대차 계약을 체결해 상가를 재임대하는 등 건물주 행세를 하고 있었다.
전대차란 임차인이 제3자에 임대를 하는 계약으로 합법이지만, 민법 629조 1항에 따라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B연맹은 A법인이 폐업한 것을 악용해 20년간 위탁관리 명목으로 매월 임차료만 275만원을 받아 챙겼다.
서울시는 이 상가를 공매에 부쳐 당초 A법인이 체납한 세금 7억1500만원을 징수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해당 상가가 담보로 잡혀 있었다. 특히 임차인인 B연맹이 ‘선순위 근저당권자’로 허위 설정돼 있었다. 담보물인 상가를 공매 처분하더라도 매각 대금을 B연맹이 먼저 받게 돼 있었단 의미다.
이에 서울시는 소송을 제기해 B연맹의 근저당권을 말소했다. 안승만 38세금징수 2팀장은 “피담보 채권이 10년 이상 지나면 근저당권 효력이 없어지지만 B연맹의 채권은 20년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울시는 올해 1월 해당 상가를 공매해 5억 원여의 체납 세금을 징수했다.
B연맹에 대해선 상가의 사용·수익을 제한했다. 단, B연맹도 당초 임차인 자격으로 A법인에 보증금을 냈던 점을 고려해 보증금 3억4000만원 중 2억원만 서울시로 환수했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이번 사례는 악의적으로 세금을 체납한 폐업법인을 교묘하게 악용한 허위 근저당권자를 끈질기게 추적해 체납 세금을 징수한 사례”라며 “아무리 오랫동안 체납된 세금이라도 끝까지 추적해 징수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단 납부 의지가 있고 회생 가능한 생계형 체납자는 신용불량자 등록 해지와 체납처분 유예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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