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노후자금 주면 매달 생활비 준다는데..." 70대 노모에게 건넨 조언

조회수 2024. 4.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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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남편이 사별한 후 남겨진 노후 자금을 아들이 빌려달라고 합니다. 원래는 그 돈으로 빌라를 구입해 살다가 자녀들에게 물려줄 작정이었는데, 아들이 저더러 빌라를 구입하지 말고 전세로 가고 남은 돈을 본인에게 빌려주면 매달 생활비를 주겠다네요.”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상속 문제로 아들에게 서운함이 생긴 부모에 대해 분석한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의 작성자는 부동산컨설턴트이자 작가인 ‘부동산 아저씨’다. 필자는 증여보다는 상속분을 더 많이 남겨두는 방식으로 노후자금 설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하 본문>

■ “노후자금을 빌려달라고 하는 아들, 어떡해야 할까요?”

수심 가득한 얼굴로 70대 초반의 P씨가 찾아왔다. 상속 문제 때문에 최근 아들에게 서운함이 생겼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P씨의 서운함이 이해가 되었다.

P씨는 남편과 함께 작은 식당을 운영해서 남매를 모두 대학 공부와 결혼까지 시켰다고 한다. 5년 전쯤, 남편 건강에 갑작스런 이상이 생기면서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간호에 매진했다고 한다. 특별한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식당을 정리한 돈으로 생활비와 남편의 병원비를 충당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은 투병생활을 하다가 작년 겨울에 먼저 돌아가셨다고 한다.

장례를 마치고 생각지도 못한 상속 문제로 아들에 대한 서운함이 생겼다고 한다. 딸과 달리 아들은 집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상속받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상속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인데…다른 일반적인 가정처럼 “어머니가 편하신 대로 알아서 하세요”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내심 아들에게 서운했다고 한다.

오래되어 불편했지만 가족들의 추억이 있던 집이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어차피 집을 팔아서 일정 부분은 아들과 딸에게 나누어 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20년을 넘게 살았던 정든 집을 팔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빨리 집을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나서 한 달 전쯤에 계약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사 갈 집을 알아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잔금 날짜는 최대한 넉넉하게 잡아 놓았다고 한다.

매도금액은 약 8억원 정도 된다고 했다. P씨는 아들과 딸에게 각각 2억원씩 주고 3억원 이하의 비교적 연식이 얼마 안 된 빌라를 매수해서 실거주를 하고 나머지 1억원은 노후자금으로 통장에 넣어 놓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건강에는 자신이 있고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식당일을 다시 하면 혼자 사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계약금을 받자마자 P씨는 딸과 함께 빌라를 보러 다녔다.

그런데 아들이 빌라를 매수하는 것을 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P씨는 내심 아들이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권할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말은 바로 “어머니 빌라 전세로 가세요”였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인 말이 나머지 돈을 자신에게 빌려 주면 이자 조로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드리겠다는 것이었다.

자신(아들)은 목돈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고 어머니는 생활비 걱정을 덜어서 좋다는 말로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와 P씨를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들이 괘씸하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생각해 보면 아들의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서 계속해서 고민이 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딸에 비해 아들이 경제적으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여서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빌라 매수를 강행할 것인가?’ 아니면 아들의 말처럼 ‘빌라 전세를 가고, 나머지 돈을 빌려줄 것인가?’

잔금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아직까지 향후 방향을 잡지 못해 고민이라며 상담을 신청해 왔다.

■P씨에게 해주었던 세 가지 조언

첫 번째 조언, 밑 빠진 독에 물 붓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의지하려는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못난 사람 중 하나가 스스로 부를 쌓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부모의 부를 하루 빨리 물려받기만을 바라는 사람일 것이다. P씨가 자신의 노후자금을 아들에게 빌려주었을 때 그 돈을 종잣돈 삼아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돈 마저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까먹게 된다면 가족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며 서로에게 원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P씨는 이미 알게 모르게 아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끊임없이 해 왔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들이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P씨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들의 문제가 더욱 크다.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 번째 조언,‘증여’는 줄이고 ‘상속’은 늘렸으면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자녀들이 생각하는 ‘봉양’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상당히 가벼워진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부모에 대한 ‘효’가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보다 부모의 경제력에서 나올 때가 더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그러므로 무작정 한 번에 많이 주기 보다는 ‘지금 줄 것(증여)’은 조금 줄이고 ‘나중에 줄 것(상속)’을 더 늘릴 필요성이 있다.

물론 내리사랑이라는 말처럼 자녀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나중에 줄 것이 있어야 자식 앞에서 작아지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노년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막연하게라도 ‘자식이 내 노후를 책임져 주겠지’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더욱 더 천천히 주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심적인 부분은 자식에게 의지’하되, ‘경제적인 부분은 자립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조언, 자가로 이사를 했으면 한다.

아들과 딸에게 1억원씩만 주고 나머지 6억원은 P씨가 꼭 쥐고 있었으면 한다. 6억원중 5억원 선의 아파트를 매수해서 P씨가 실거주를 했으면 한다. 5억원대의 아파트여서 상대적으로 시세차익이 크지는 않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향후 빌라보다는 시세차익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주택연금(역모기지)에 가입을 해서 생활비로 활용했으면 한다.

더 이상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 생각보다는 그 동안 고생했으므로 집을 활용해서 누렸으면 한다.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고, 매달 눈치 보면서 아들에게 생활비를 받아쓰는 것 보다 당당하게 내 집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생각된다. 주택연금(역모기지)으로 받는 돈과 기초연금 등을 합치면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생활비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전세로 가면 돈이 녹아 없어지지만 아파트를 매수해서 자가로 살게 되면 주택연금으로 사용하는 돈은 향후 집값 상승분으로 어느 정도 만회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제법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자식에게 지금 당장 많이 줄 수 없다는 것에 너무 미안해 할 필요 없다.

먼저 주느냐, 나중에 주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P씨가 언젠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남아 있는 것들은 결국 자식들에게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P씨의 나이는 일흔 살을 넘겼다.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소일거리 삼아 일을 하는 것은 괜찮겠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된다.

그러므로 자식에게 지금 당장 더 줄 생각보다는 일단 P씨의 주거 안정과 노후자금을 먼저 확보해 놓는 것에 비중을 두었으면 한다. 이사에 대한 부담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진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위해서라도 아파트를 매수해서 자가로 거주를 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조언은 눈치 보면서 받는 삶 보다는 마음 편하게 주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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