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돈 중국인 빌려준 중국은행…대법 “한국에 세금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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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19. 오후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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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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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행(中國銀行·Bank of China)은 베이징에 본점을 두고 있는 국영상업은행입니다. 1912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은행이기도 합니다. 1994년 서울지점이 처음 생겼고 지금도 종로에서 영업 중입니다.

중국은행 서울지점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지점에서 조달한 자금을 중국 지점에 예금하거나 중국 내 사업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자 소득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얻은 소득은 서울지점에 귀속됐고 해당 지점은 한국에 법인세를 납부했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원천징수한 소득 10%가량을 공제했습니다.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따른 건데요.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법인세법에 따라 외국 법인이 한국에 법인세를 낼 때 외국에 납부한 만큼을 공제하고 내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무당국은 공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국내에 고정 사업장을 둔 외국 법인의 소득은 한국에 과세권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종로세무서는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이 중국에 납부됐기에 '외국납부세액공제'가 배제돼야 한다고 보고, 이에 2017년 법인세 358억여 원을 부과했습니다.

■ "중국 과세당국에 납부" VS "과세권은 한국에"

중국은행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고 기각되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외국 법인이 해당 법인의 본점이 있는 국가(거주지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도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1심 법원은 중국은행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재판부는 "한·중 조세조약에 따라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 거주지국의 과세를 제한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서울지점에 귀속되는 사업소득은 국내 원천사업 소득에 해당해 한국이 우선적 과세권을 행사하게 된다"며, "이중과세를 회피할 의무는 거주지국인 중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1, 2심 판단은 엇갈렸는데 대법원은 심리 끝에 외국납부세액공제가 불가능하며 중국은행이 법인세를 내는 게 맞다고 본 2심 법원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 엇갈렸던 1·2심…결국 "원심 타당"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중국은행이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한·중 조세조약과 국내 법인세법 규정을 살펴 "원고(중국은행)의 거주지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 소재 고정사업장에 귀속된 이 사건 소득에 대해 우리나라가 먼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중과세의 조정은 그 후 중국이 과세하면서 우리나라에 납부한 세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며 "(이런 경우에는) 소득에 대해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이 있더라도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행 서울지점이 일본에서 이익을 얻은 뒤 일본에 법인세를 냈다면 한국에 법인세를 낼 때는 외국납부세액공제가 가능하지만 중국은행 서울지점이 본점이 있는 중국에서 이익을 얻고 중국에 법인세를 냈다면, 이에 대해서는 한국이 먼저 과세한 뒤 이를 중국에서 사후 공제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외국 법인이 거주지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해당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에 관해, 법인세법에 따른 외국납부세액공제의 가부와 관련된 판단기준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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