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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버지가 들인 양자가 재산 나눠 달래요…친자녀도 아닌데”

전종헌 기자
입력 : 
2024-02-09 17: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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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양자로 인정되면
양부모에 대한 상속권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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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과거 아버지께서는 사망한 친구분의 자녀를 양자로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께서 최근 돌아가시기 전 저에게 재산을 증여하셨는데, 양자로 키워준 사람이 유류분을 청구했다는 겁니다. 양자라고는 하나 친자녀도 아닌데 유류분을 요구해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양자가 상속권을 주장한다면 친자녀로서는 달갑지 않을 법하다. 전문가들은 생물학적인 친자가 아니더라도 법률상 자녀로 인정된다면 상속권은 물론 유류분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법률상 혈연관계로 인정하는 양자와 친양자 제도가 있다”면서 “하지만 본래 혈연관계에 있는 상속인들이 양자나 친양자의 상속권을 거부하면서 상속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민법에는 자연적으로 이어진 친자관계가 아니더라도 상속권과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정혈족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양자란 자연적인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법률이 혈연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양부모와 양자 간의 합의만 있다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친자관계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양자도 친자녀와 마찬가지로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느냐는 점.

민법에는 피상속인의 1순위 상속인을 직계비속, 다시 말해 자녀로 규정하고 있다. 법률에서 말하는 직계비속은 꼭 자연적인 혈연관계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법정혈족에 해당하는 양자도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직계비속 범위에 속하기 때문.

엄 변호사는 “양부모가 사망했을 때 양자 역시 1순위 상속권자가 되고 본래 친생자까지 있던 가정에서는 친생자와 양자가 공동 상속권자가 된다”며 “가령 양부모 사이에 친생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양자가 단독상속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만약 양자인 사람의 친부모가 존재한다면 양자는 양부모와 친부모가 사망했을 때 양쪽 부모의 상속권을 모두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재혼으로 인해 맺어진 계모나 계부 사이의 자녀들은 상속이나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격이 될까.

재혼은 초혼과 마찬가지로 재혼으로 맺어진 배우자 간에는 법률상 상속권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어느 한쪽 배우자가 사망한다면 생존한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생긴다는 뜻. 반면 자녀들은 한쪽 배우자의 친자냐 아니냐에 따라 상속권 발생 여부가 달라진다.

엄 변호사는 “가령 재혼 가정에서 남편 쪽에는 자녀가 있었고 아내 쪽에는 자녀가 없었다면 남편 쪽 자녀는 추후 친아버지가 사망했을 때만 상속권이 생긴다”며 “반면 재혼한 남편 쪽 자녀는 계모가 사망한다면 자신을 낳은 친모가 아니기에 상속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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