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유언 10년 숨기고 땅 독차지한 형제, 대법서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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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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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이전 등기 10년 지나서 해
“알려주지 않으면 알기 어려워”
통상 청구권 소멸되지만 원고 구제
연합뉴스TV 제공

부친의 유언을 10년 넘게 알리지 않은 형제들 탓에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소멸시효 안에 행사하지 못한 원고가 1·2심에서 연달아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 구제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원고 A씨가 형제들을 상대로 낸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부친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2006년 8월 여섯 자녀 중 B·C씨만 따로 불러 유언장을 남겼다. B·C씨 각각에게 토지를, 두 사람 공동으로 주택 한 채를 물려준다는 내용이었다. 유언집행자로 B씨가 지정됐다.

B씨는 이로부터 10년 넘게 지난 2017 년 3월에야 물려받은 땅을 자기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C씨도 2018년 8월 상속받은 땅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 두 사람은 상속 건물에 대해서도 2019년 4월에야 절반씩 지분 이전 등기를 마쳤다.

뒤늦게 이를 안 A씨는 두 형제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소송을 냈다. 유류분은 상속재산 중 고인 의사와 상관없이 상속인에게 법률상 반드시 남겨둬야 하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이다. 민법은 유류분 권리가 침해되면 다른 상속인을 상대로 반환 소송을 낼 수 있게 한다. 통상 상속 개시 후 10년이 지나면 소송청구권은 소멸한다.

A씨는 피고들이 고의로 부친 유증(유언을 통한 증여행위)을 알리지 않다가 10년 넘게 흘러서야 소유권을 이전해 자신의 정당한 유류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패소 판결했다. 2심도 “피고들이 악의적 의도로 부친 유증을 함구하고 은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 유증은 피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을 배제한 채 이뤄져 피고들이 A씨에게 알려주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웠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이후 해당 토지 임대인으로서 임대료를 받았고, 2010~2018년 직접 재산세를 납부했다. 대법원은 “이는 A씨 자신도 공동상속인이라는 인식하에 이뤄진 행동”이라며 “결국 부친 전 재산을 상속받은 피고들은 A씨가 상속 개시 후 10년 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곧바로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유언집행자는 지체없이 재산목록을 작성해 나머지 상속인에게 교부할 의무가 있는데도 B씨는 이행하지 않았다”며 “원심은 이 같은 사정들을 두루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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