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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서 연인돼 받은 9억… "증여세 5억 내라" 판결[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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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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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A씨는 고등학생이던 2004년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30대 남성 B씨를 만났다. 관계가 깊어진 이들은 서로를 연인으로 생각했다. 전업 주식투자자이던 B씨는 이후 7년여간 거액의 경제적 지원을 했다. A씨의 증권계좌를 대신 관리하며 주식거래까지 해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고, B씨는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B씨는 "A씨가 2007~2008년 '아버지의 사업체가 부도 위기'라며 7억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속아 7억원을 뜯겼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A씨는 "2억원은 B씨가 '주식투자 대금으로 쓰라'며 준 것이고, 5억원은 당시 한달가량 연락을 끊은 뒤 나타나 '다른 청소년을 성매수해 교도소에 들어가 있었다'며 사죄의 의미로 준 것"이라고 맞섰다.

민·형사 사건은 A씨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약 10년간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지 않았다. 이는 A씨와 관계를 이어가려고 줬던 돈"이라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도 A씨에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씨가 펼친 논리는 이후 치르게 된 증여세 불복소송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A씨는 2019년 세무조사를 받았다. 2011년 43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고 2014~2017년 3건의 부동산을 취득한 것에 세무 당국이 의구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자금 출처를 조사한 결과 A씨가 2006~2012년 B씨로부터 73회에 걸쳐 총 9억3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세무당국은 "9억여원은 B씨로부터 '증여'받은 금액"이라며 A씨에게 세금 5억3000여만원을 부과했다. 현행법상 명칭이나 형식, 목적 등에 관계없이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면 '증여'에 해당돼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다.

A씨는 2021년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무상 증여가 아닌 조건 만남의 '대가'로서 받은 돈"이라며 "받은 돈의 일부는 합의금 또는 위자료 명목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1심에서 패소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성인이 된 이후 받은 돈은 증여가 맞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A씨가 부담하게 했다.

재판부는 "앞선 민·형사 사건에서 A씨는 'B씨와 연인 관계로 교제를 하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금전이 단지 미성년자와의 성매매 대가라고 할 수 없다"며 "오히려 교제 과정에서 증여받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는 스스로도 관련 민사소송에서 B씨가 주식투자 대금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성격상 증여에 해당한다"며 "5억원 역시 합의금이란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위자료 명목으로 이 같은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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