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진 내연녀에 수십억 유산 약속…헤어졌어도 유효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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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8.27. 오전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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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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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건반장'

임신 후 연인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30대 여성이 수십억 원의 재산을 아이에게 물려주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헤어진 후 남성은 마음을 바꿔 법적 다툼까지 벌이게 됐다. 내연녀에게 약속한 수십억원의 유산, 불륜 관계가 끝나도 유효할까.

26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의 별별 상담소에서는 30대 여성 김모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수제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던 김씨는 남성 단골손님과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20살 넘는 나이 차이가 났지만 남성이 항상 혼자 가게에 왔고, 케이크를 조금씩만 사서 이혼했거나 노총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씨가 결혼하자고 하자 남성은 그제야 “유부남이며 다만 별거 중”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충격을 받은 김씨는 이별을 고려했으나 결국 아이를 낳고, 남성과 살림을 차리게 됐다.

남성은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자산가였다. 다만 이 사업체를 아내와 처가가 함께 투자해서 운영하는 탓에 부부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이혼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와 사이에서 두 딸을 둔 남성은 김씨의 아이가 아들이기에 마음이 쏠린 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륜녀에, 미혼모가 된 김씨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이를 눈치챈 남성은 자신이 사망한다면 건물 중 40%는 태어날 아이에게 넘기고, 현금 20억 원을 물려주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불륜 관계가 드러나자 남성은 “내 재산을 노린 꽃뱀”이라고 김씨를 비난했다. 김씨 역시 “총각 행세하면서 나를 꼬신 것 아니냐”고 맞섰고, 결국 친자확인 소송까지 했다고 한다. 남성은 이별하면서 아들을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으나 김씨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남성은 재산 증여 각서를 철회하겠다며 소송을 냈다.

박지훈 변호사는 “사인 간 증여 계약은 관련 민법 규정이 명확하게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유증과 비슷하게 본다”며 “유증은 언제라도 유언을 하는 사람이 철회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자신이 숨지면 재산을 주기로 약속하는 사인증여(死因贈與)도 유증처럼 생전에 철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변호사는 “남성이 20억원을 주겠다고 한 약속을 1억 원으로 바꾸겠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며 “각서를 철회한다면 남성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친자인 것이 확인됐다면 법정 상속인이 된다”며 “남성이 사망했을 때 아들은 상속을 통해 일정 재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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