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쓰라며 월 120만원..이런 손주사랑에도 세금 붙는다고?

안효성 2022. 7.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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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OS]


맞벌이를 하는 A씨 부부는 지난해부터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낸다. 매달 유치원 비용으로 120만원이 나가지만 부담은 크지 않다. A씨 부부의 시댁에서 "자녀 교육에 돈 아끼지 말라"며 유치원비 등을 지원해줘서다. A씨는 “아파트 등 큰 재산을 증여 받은 게 아닌 데다, 손자의 교육비 명목으로 받고 있어 증여세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처럼 조부모로부터 자녀의 교육비를 지원받는 경우가 있다. 조부모가 손주에 대한 사랑으로 보태주는 교육비인 만큼,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상당수 세무 전문가에 따르면, 조부모가 내주는 자녀의 영어유치원비는 증여세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

조부모가 대신 내준 자녀의 영어유치원비 등 교육비도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셔터스톡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는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는데도 조부모가 손주의 영어유치원 등 교육비를 대신 내주는 건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며 “해당 증여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적발돼 가산세를 낸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 따르면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부양 의무자가 부담하는 생활비와 교육비에는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 부모가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녀의 영어유치원비나 대학등록금 등 학비를 내는 데는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이유다.

다만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주에게 주는 영어유치원비는 해당 조항을 적용 받지 못할 수 있다. 과세당국은 부모에게 경제적 능력이 충분한 경우 조부모의 손주에 대한 민법상 부양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고 본다. 직장생활, 사업 등으로 부모가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다면 조부모가 부담하는 손주의 영어유치원비, 유학비 등은 교육비더라도 증여세를 매긴다는 의미다.

영어유치원비가 상대적으로 고액인 점도 증여세 부과되는 이유다. 증여세가 부과되는 않으려면,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의 교육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2011년 조세심판원은 조부모가 손주의 연간 영어 유치원비로 준 1100만원에 대한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낸 조세심판에서 “유치원생 1년 학원비 1100만원은 고액으로서 사회 통념상 인정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비과세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증여 재산 공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또 세법상 조부모가 지원해주는 손주의 영어 유치원비 등은 손주가 아닌 자녀들이 증여를 받은 걸로 본다. 자녀가 직접 부담해야 할 손주의 유치원비를 대신 내줘,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녀의 재산가치를 늘려주기 때문이다.

증여 신고는 증여가 이뤄진 달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성년인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인 만큼, 지원 비용이 10년간 5000만원을 넘기지 않으면 증여세가 과세하지 않는다. 호지영 우리은행 세무사는 “조부모가 교육비 등을 지원해주려면 10년 단위로 상속ㆍ증여세 공제 범위인 5000만원 씩 자녀에게 증여하고 이를 신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유치원 비용이 불법 증여로 적발될 가능성도 낮다는 인식도 신고를 미루는 요인이다. 다만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신고 불성실 등을 이유로 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국세청이 과세할 수 있는 기간(부과제척기간)도 15년으로 길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태준 회계사는 “조부모가 부담한 손주의 교육비 관련 증여세 부과는 고액 상속 때 사전 증여 여부를 조사하거나, 고가 부동산 구매 때 자금출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경우가 많다”며 “조부모의 연령과 증여재산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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