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만들어 비자금 만들고 자녀에 주택 꼼수증여…꼬리 잡힌 역외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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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22. 오후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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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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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현지법인에 내부거래 등으로 역외탈세
해외 부동산 쇼핑…자녀의 고가아파트 구매자금 등 불법증여
글로벌기업, 고정사업장 은폐해 법인세 피해가
최근 3년간 역외탈세 추징액 1조6559억원에 달해


현지법인을 탈세통로로 하여 자녀에게 고가아파트 취득자금 증여
#국내 유수 식품기업 창업주의 2세인 B는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현지에 아무런 사업기능이 없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 내부거래를 통해 현지법인에 이익을 유보시키고 편취하는 한편, 현지에서 다수의 부동산을 사고팔아 거액의 양도차익을 남겼다. 매매대금은 자녀에게 현지에서 현금 증여하여 비밀계좌로 관리해왔다. 아울러 자녀들은 현지 유명학군의 고가 아파트를 취득해 거주하면서 고액의 교육비를 지출하는 등 호화생활을 누렸다. 해외부동산 양도 및 현금수증, 해외금융계좌 보유 등에 대해 아무런 세금신고를 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국세청은 관계사간 내부거래, 부동산 매매 자금흐름 등에 대해 정밀 조사에 나섰다.

#국내 지명도 있는 식음료기업의 사주인 C는 해외에 이름뿐인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운영비 명목으로 자금을 계속 보냈다. 그러나 이 자금은 현지에서 식료품 기업을 운영중인 자녀 D의 사업자금으로 이용됐고, D는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자금으로 현지에서 고가주택을 매입하기도 했다. 아울러 C는 배우자와 친인척 명의로 해외 자녀에 개인 이전거래 등의 명목으로 수년에 걸쳐 사업자금을 송금하면서도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외환 송금액 등 외환거래 자금 흐름 및 해외 현지법인과의 거래내역을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자녀의 해외사업을 위해 현지법인을 역외 비밀지갑으로 활용
해외 현지에 설립한 유령법인을 통해 탈세한 기업 사주와 국내 사업장을 은폐하고 세금을 피해간 다국적기업 등이 역외탈세 혐의로 세정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국세청(청장 김대지)은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고액 자산가와 글로벌 기업 등 4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업사주를 포함한 고액 자산가 21명은 꼭두각시 현지법인을 설립해 내부거래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역외 비밀지갑처럼 자금을 빼내어 해외자산을 취득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수십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50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는 9명이며, 500억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사람도 1명 있었다. 탈루 추정금액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전에도 일부 자산가를 중심으로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세금탈세가 있어 왔으나, 이제는 다수의 자산가가 이용하면서 새로운 역외탈세 통로로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인위적 거래를 만들어 정상적인 법인으로 위장하는 등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은밀하게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반도체·물류·장비 등 호황산업을 영위하면서 국내에 세금을 내지 않는 연락사무소로 위장하거나 국내 고정사업장을 지능적으로 은폐하고 탈세한 다국적기업 13곳도 세정당국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이들은 외국법인의 경우 연락사무소 등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거나 수익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경우 법인세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납세를 교묘히 피해왔다. 고정사업장은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국내의 고정된 사업장소를 의미하며,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경우에는 법인세 신고 없이 원천징수로 납세의무가 종결된다.

김 조사국장은 "다국적기업은 글로벌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가격 조작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조세회피를 시도하고 있으며, 고정사업장 은닉이 주요한 방법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명단에 이름을 올린 글로벌 장비업체 E사는 형식적으로 국내 고객사와 제품 및 솔루션을 직접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자회사가 고객사에 대해 사용설명, 통상적 사후서비스(A/S) 등 단순 판매지원용역만 제공하는 것으로 거래구조를 설계했다. 그러나 임원을 자회사에 파견해 고객관리, 판매, A/S, 리스크 관리 등 중요한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 국세청은 E사가 국내 자회사에 고정사업장이 있음에도 계약상 자회사가 수행하도록 되어있는 단순 지원용역 관련 최소한의 소득만 국내에 귀속시키고, 거래관련 대부분의 소득을 국외 모회사로 이전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불공정자본거래 등을 통한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법인 10곳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투자금액 회수 전 현지법인 청산, 관계사 주식 증여를 가장한 국내원천 유가증권 양도소득 회피 등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과세소득을 축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국세청은 역외탈세가 처음부터 치밀하게 기획되어 계획적으로 실행되는 반사회적 행위인 만큼 조사역량을 집중해 끝까지 추적하여 과세하고 역외탈세가 새로운 탈세통로나 부의 대물림 창구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에는 역외 블랙머니(black money) 비밀계좌 운용 등 역외탈세 혐의자 46명에 대해서도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하여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2019년 이후 최근 3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혐의자 41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총 1조 6559억원의 탈루된 세금을 추징한바 있다.

아울러 디지털세(Digital tax) 논의 등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탈루혐의 확인 시에는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과세주권 행사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

김 조사국장은 "앞으로도 국세청은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세정지원을 다각도로 실시하는 한편, 과세인프라 확충, 조사역량 강화 등을 통해 불공정 역외탈세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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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병준 기자입니다. 부캐로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푸디人'을 찾아 다닙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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