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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속세, 부자만의 일 아닌데…세율·공제한도 개편에 정부 뒷짐

전경운,이종혁 기자
전경운,이종혁 기자
입력 : 
2021-11-12 20:28:33
수정 : 
2021-11-12 22: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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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상속세 의견 국회제출

30억 초과금액에 50% 적용
세계적으로 높은 세율 그대로

상속인별로 세액계산 하자는
전문가들 목소리도 반영안돼

가업상속 공제대상 기업 매출
3천억서 4천억 미만으로 늘려
사진설명
아파트 등 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속세가 더 이상 소수만의 '부유세'가 아닌 국민 상당수에 부담을 주는 세금으로 변하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맹탕'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 조정이나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한 가업상속공제의 대폭 개편은 없는 것으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앞두고 12일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보고서는 "상속세율 직접 조정은 어렵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상속세는 소수 국민에게만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나라는 30억원이 초과하는 과세표준에 대해 5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살인적인 세율'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부담 완화를 위해 세액 계산 방식을 피상속인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현재 유산세에서 상속인별 유산 상속분에 대해 계산하는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유산세 방식은 유산 취득세 방식에 비해 세 부담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즉각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업상속공제 개편안도 '찔끔' 완화하는 데 그친다. 기재부는 현행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500억원에서 확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기업을 상속한 뒤 7년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의무기간도 더 낮추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의 연매출 범위를 3000억원 미만에서 4000억원 미만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속 후 업종도 일부 바꾸는 방안도 제안했다. 영농상속공제 한도도 현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늘려준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를 도입했지만 있으나마나 한 공제액과 까다로운 공제요건 때문에 실제 활용은 저조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5~2019년 국내 가업상속공제 활용 건수는 연평균 85건으로 독일(연평균 1만1000건)의 1%, 영국(2594건·2014~2018년 기준)의 3.3%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의 연평균 가업상속공제 금액은 2365억원으로 독일(6조4000억원), 영국(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학계에서는 상속세가 피상속인이 생전에 이미 소득세 등을 부담하고 난 후의 재원을 바탕으로 취득한 자산에 다시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이중과세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이중과세라는 개념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소득세율보다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상속세를 과세하더라도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논리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행 상속세제가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상속세 과표 구간과 세율은 1999년 개정된 후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데, 같은 기간 한국의 경제 성장 규모를 따져보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999년 591조원에서 2020년 1933조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자산 가격도 계속 상승한 반면 상속세제는 22년째 과거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KB월간주택가격동향 통계를 토대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올해 전체 서울 아파트 중 상속세 대상이 될 수 있는 가구는 39.9%인 72만1693가구에 달했다.

[전경운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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