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효도 사기' 걱정에 증여신탁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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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03. 오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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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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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보유세 강화로 증여 증가…가족 간 다툼도 급증
신탁 통해 자산 통제권 유지·갈등 예방에 절세 효과도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었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과 양도보다 낮은 세율로 인해 아파트 증여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와 강동구 일대 <사진=연합뉴스>


2주택자인 J씨는 보유세 부담에 주택 한 채를 처분하기로 했다가 양도소득세 예상세액을 보고 증여로 마음을 돌렸다. J씨의 이러한 선택에 대해 주변에서는 "아직 결혼도 안 한 20대 자녀에게 너무 일찍 큰 재산을 물려준다"며 만류해 고민이 크다.

부동산 보유세·양도세 강화로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증여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증여 이후 가족 간 갈등, 소송 등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증여신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3일 금융업계와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증여 신탁’ 문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는 "양도세 65% 내고 파느니 차라리 물려주겠다는건데, 문제는 섣불리 증여했다가 부모-자녀간 다툼만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효도 사기’라는 말이 보편화됐다. 자녀가 "효도를 다하겠다"며 재산을 물려받았으나, 막상 증여 후 변심해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는 세태를 설명하는 뜻이다. PB관계자는 "증여는 해야겠고, 혹시 모를 가족 간 갈등은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증여 신탁"이라고 설명했다.

증여 신탁은 자산을 증여하면서 신탁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부모(위탁자)와 자산관리회사 또는 은행(수탁자)이 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가 증여 재산의 운용과 관리를 맡는다.

신방수 세무사는 "증여신탁을 활용하면 세제 부문과 자산운용·관리부문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또한 신탁자를 미리 지정해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족 간 재산분쟁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증여 시점이 늦춰질수록 자녀가 부담해야하는 증여세도 늘어난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매년 급격히 늘다보니 자산을 미리 증여함으로써 중과세를 피하는 수단으로 증여신탁이 인기를 끄는 추세다.

또한 신탁계약상 정해진 바에 따라 증여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탁자의 자산 탕진 등도 예방할 수 있다. 신탁 계약상 재산의 소유권은 위탁자에게로 그대로 두되, 자산 운용으로 인한 수익만 수익자(자녀)에게 이전하는 식으로 계약을 설계할 수 있다.

증여 신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부동산 자산 수탁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 부동산 증여 신탁인 ’우리내리사랑부동산신탁‘을 출시했는데, 한달여만에 100억원이 넘는 신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동산 증여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5만8298건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전체 거래(매매·증여·판결·교환·분양권 전매·기타 소유권 이전 등) 건수(85만3432건)의 6.8%에 해당한다.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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