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파트 관리비 '7억', 누구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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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12. 오전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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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입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연말 안타까운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습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은 건데요. 허술한 아파트 관리비 감독 규정이 비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용 관리 부실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공사대금 입금 지연 때문이었습니다. 아파트 도색과 배관공사를 진행했는데 중도금 입금이 계속 미뤄진 때문이죠. 얼마 후 경리직원 박씨는 관리소장 송모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리고 나흘 뒤 송씨가 뒤를 따랐습니다.

결국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졌는데요. 비대위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포함한 임원 4명과 2명의 고인, 관리사무소 서무주임을 포함해 관리비 통장을 관리하는데 가담한 7명을 고소했습니다.

비대위에 따르면 실제 통장잔액과 재무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 기간이 10년에 달하고 총 13억원이 남아 있어야 할 장기수선충당금 잔액도 7억여원이 비는데요. 현재 구청과 서울시가 합동으로 회계감사와 아파트 시설 감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만약 감사 결과 횡령이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된다면 서울시와 노원구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아파트 관리비 관리 책임은 누구에게?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관리비를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입주자는 아파트 등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관리비를 관리 주체에게 납부해야 하는데요.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관리비 등의 납부 및 공개 등) ①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은 그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관리비를 관리주체에게 납부하여야 한다.

이때 공동주택관리법에서 말하는 '관리 주체'란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이나 주택관리업자, 임대사업자 등을 말합니다.

이때 관리비는 크게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요. 관리 주체는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등과 함께 별도의 장기수선충당금과 안전진단 실시비용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지정하는 금융기관에 예치해 관리 주체가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해당 계좌는 관리사무소장의 직인 외에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 인감을 복수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매년 1회 회계감사 의무

관리 주체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제3항에 따라 입주자가 납부하는 관리비를 입주자를 대신해 공사업체 등에 직접 지급할 권한을 위임받게 되는데요.

관리비 횡령 등의 위험을 막으려면 300세대 이상인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매년 1회 이상 받아야 합니다. 3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 관리주체라도 입주자의 10분의 1 이상이 연서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해 요구하는 경우에는 회계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 주체가 회계감사를 받은 경우에는 감사보고서 등의 형태로 결과를 제출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입주자대표회의에 보고하고 해당 아파트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동별 게시판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비, 사용료, 장기수선충당금과 그 적립금액 등을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시된 관리비 명세에는 월 납부금만 기재돼 있을 뿐 이 돈을 정확히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아파트별로 진행하는 회계감사도 비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리비 횡령, 사실이라면?

만일 노원구 아파트의 회계감사 결과 횡령의 정황을 발견한다면 각 책임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형법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다면 횡령죄가 성립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업무상 관리비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관리사무소장 등의 관리주체가 횡령을 저지른다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해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횡령 또는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사라진 돈의 횡령 주체가 관리소장을 제외한 일부 직원이라고 관리소장의 법적 책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난 2014년 부산지방법원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직원 A씨가 단독으로 20차례에 걸쳐 총 1억4429만원의 관리비를 횡령한 사건에 관리소장인 B씨도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B씨는 용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이 관리하는 관리사무소장 도장을 A씨에게 임의로 맡기고, 아파트 관리비 입금 통장의 인출내역, 예금 잔고 등을 대조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률N미디어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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