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팬 폭행' 부모가 대리 사과…"법원 처벌 낮출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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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22. 오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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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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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팬이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팬을 번쩍 들어 올린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수도권에 근무하는 A 경장은 지난해 8월 어느날 저녁 9시쯤 "술 취한 20대 남성이 도로로 뛰어들고 행패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상황 수습이 쉽지 않았다. 만취한 남성 B씨(당시 28)는 마스크도 안 쓰고 욕설을 내뱉다가 도로 위에 대(大)자로 누웠다. A 순경은 B씨를 억지로 순찰차에 태웠다. 업무 지침상 '보호조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에 탄 B씨는 "나 서울대 나왔어" "싸움 잘해"라더니 A 경장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경찰은 B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죄다. 이튿날 아침 B씨의 어머니가 지구대로 찾아왔다. A 경장은 퇴근한 시점이었다. B씨의 어머니는 A 경장의 연락처를 알아내 수차례 문자와 전화를 했다. 받지 않자 B씨의 어머니는 484자짜리 사과 문자를 보냈다.

B씨의 어머니는 B씨가 최근 심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술을 먹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B씨의 어머니는 "이번 일로 (아들) 인생에 오점이 생기는 걸 막아줄 수 없느냐"며 "한번만 용서해주면 본인을 다스리지 못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치겠다"고 했다.

A 경장은 "솔직히 당혹스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다 큰 성인이면 본인 행동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라며 "피의자가 제대로 반성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B씨는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폭행 사건 관련 수원 가해 팬과 어머니가 게재한 자필 사과문. /사진=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
최근 자녀가 형사처벌을 받을까 부모가 대신 사과하는 일이 적지 않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삼성 팬이 라이벌 FC서울 팬을 폭행한 사건도 가해자 부모가 사과문을 썼다.

당시 수원삼성 팬 C군은 FC서울 팬 D군의 허리를 안아 들어올렸다가 바닥에 내리꽂고 때릴 듯 주먹질하며 다가가 위협했다. 이런 장면이 찍힌 영상이 인터넷에서 크게 확산했다.

C군 부모님은 C군과 사과문을 써서 공개했다. 사과문에는 "다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깊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썼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D군 부모의 신고를 받고 C군을 수사 중이다.

이런 부모님들의 사과가 실제로 처벌을 낮출 수 있다.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 중에 '사회적 유대관계'가 있다. 가족, 친구 등과 관계가 원만한 사람은 재범률 등이 낮다고 보고 처벌을 깎는 형식이다.

대기업 해외영업 사원이 경찰을 때렸지만 친모와 외할머니가 사과한 점이 유리하게 반영돼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을 때린 공무집행방해 혐의 초범은 대체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

형법 전문인 장성원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원)는 "법조계에서 피고인 가족에게 '적극 사과'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족 사과가 받아들여질 확률도 높지만 '유대 관계'를 증명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법무법인 창과방패 이민 변호사는 "가족이 사과를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아무래도 형량에 유리하다. 정성의 표현"이라면서도 "유죄가 인정되는 것은 변함 없기 때문에 애당초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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