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회장님도 모르는 계열사①]
카카오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관련 규정에 허점이 얼마나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기업집단은 매년 공정위에 지정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자료가 워낙 방대한데다 자료가 조금이라도 누락된다면 총수가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기업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경쟁법 전문가들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의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자산총액 5조원 안팎 수준의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지정자료를 제출받는다. 지정자료에 포함되는 대표 항목 중 하나가 '계열사 현황'인데, 문제는 계열사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이다.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개최한 '기업집단법제 개편을 위한 법·정책 세미나'에서 김지홍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는 총수가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라며 "그런데 현행 시행령 및 공정위 실무상 계열사의 범위가 매우 넓게 잡힌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분율 요건'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총수 단독으로' 혹은 '총수 및 총수 관련자가 함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최다출자자인 회사는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규정된다. 그런데 '총수 관련자'에는 계열사 임원도 포함된다. 만약 계열사 임원이 개인적으로 어떤 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갖고 있으면 총수가 이 회사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고, 존재 여부조차 모르더라도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된다. 이 경우 모르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검찰에 의해 형사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카카오 사건이 그런 사례다.
공정위에 내는 자료 중에는 총수 '친족'의 현황도 있는데 친족의 범위 역시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와 가까운 관계를 의미하는 '특수관계인' 아래 '총수 관련자'가 있고 총수 관련자 아래 '친족'이 있는 형태다.
공정거래법상 친족은 '총수의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다. 재계에선 "일면식도 없는 먼 친척의 현황까지 어떻게 다 파악하란 말이냐"고 성토한다. 공정위 역시 총수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 및 3촌 이내의 인척'으로 좁힐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경쟁법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계열사 범위'와 '총수 관련자 범위'를 모두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지홍 변호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계열사 범위와 관련한 '지분율 요건'에 대해 "총수가 1주라도 주식을 보유한 경우여야 한다"며 "이것이 현행 법문과 대법원, 조세심판원의 판단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계열사 범위 관련 '지배력 요건'과 관련해선 "지금처럼 총수 관련자의 지배만으로 계열사에 해당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며 "총수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계열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친족 범위에 대해서는 "총수와 실제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할 개연성이 있고 총수가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범위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며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 동거친족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