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사람 쳐놓고 “회사에 급한 일이”…피해자 떠넘기더니 결국 [도통 모르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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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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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는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지만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사고에 휘말리기 쉬운데요. 독자분들께서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을 하더라도 도로 위의 모든 변수를 차단할 수는 없으니 사고 발생시의 대처법에 대해 어느 정도씩은 알고 계시는 게 좋습니다.

만약 자신의 과실로 상대방 차량이 파손되거나 인명피해까지 나온 경우라면 특히나 행동을 조심하셔야 하는데요. 설사 그런 의도가 없었더라도 자그마한 실수로 뺑소니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뺑소니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는 법률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입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사고를 낸 운전자는 ▲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제공 등을 수행한 뒤 경찰에 사고사실을 신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잠깐이라도 사고현장을 떠나게되면 뺑소니로 몰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까지 적용받게 되면 최대 무기징역(피해자 사망시)에 이르는 무거운 벌을 받게 되죠.

뺑소니 그래픽
실생활에 도움되는 도로교통법 지식을 전하는 연재기사 ‘도통(도로교통법) 모르겠으면’ 이번 회차에서는 자동차 사고 후 조치에 관한 판례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바쁘다고 슈퍼 주인에게 “피해자 돌봐달라”
결국 신고는 피해자 지인이 오고나서야
지난 2005년 대법원 판결(2005도5981)의 사건에서 차량 운전자(피고인)는 오토바이 운전자(피해자)를 들이받아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혔는데요. 피해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은 사고현장 인근의 슈퍼마켓 주인에게 ‘급한 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야하니, 뒤처리를 부탁한다. 저녁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2심까지는 피고인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사고현장이 집 근처이기도 했고, 슈퍼 주인이 원래부터 피고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는 등의 상황을 고려한 판결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3심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우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리기에 앞서 피해자를 구호하는 행동이 중요한데 이를 취하지 않았고, 슈퍼주인과도 잘 알고 지낸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안면만 있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죠. 정작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한 것도 슈퍼 주인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피해자 아버지였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에 의한 필요한 조치를 모두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교통사고 후 미조치의 범의가 없었다고 본 원심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피하려 10분새 소주 반병 원샷
피해자 구호조치 않고 자리 떠나 뺑소니 적용
지난 2001년 대법원 판결(2000도2563) 사건에서 가해차량 운전자는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내고 말았는데요. 이 운전자는 음주상태였던 것을 숨기기 위해 사고가 나자마자 곧장 인근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맥주잔 한잔 만큼의 소주를 들이키고 사고현장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자신은 운전 후에 술을 마신 것이지,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려는 행동이었죠.

대법원 판결이 음주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닌지라 음주운전으로 처벌이 가중됐던 것인지는 불분명한데요.

대신 이 운전자는 사고 후 도주의도가 없었는데도 흔히 뺑소니범들에게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을 적용받게 됐습니다.

2심까지만 해도 운전자가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하고, 슈퍼마켓을 들른 뒤 곧장 복귀한 점을 감안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은 적용되지 않았었는데요.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사상을 당한 사정이나 현장 상황이 매우 급박하였다는 것을 (피고인이) 알았을 것이므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도로교통법 모르겠으면’은 손해보험협회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분쟁심의 사례와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흥미로우면서 전문적인 교통사고 해설을 전합니다. 과실비율을 명쾌히 내놓을 수는 없지만, 여러분의 운전생활에 도움이 될 지식을 담겠습니다. 구독자분들이 교통법규를 몰라서 위반하는 일이 사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래의 기자페이지와 연재물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손쉽게 건강한 운전습관을 기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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