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개발자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주거침입, 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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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20. 오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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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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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주거침입죄 판결문 20건 살펴보니
“초인종 누르기 전까지 거쳐온 공간도 주거”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 인터넷 방송인이 가상자산(암호화폐) 루나를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집을 찾아 초인종을 눌렀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해당 방송인에게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다른 사람 집의 초인종을 누른 것만으로도 주거침입이 성립할 수 있을까.

20일 대법원 판결서 열람시스템을 통해 지난 1년간 ‘주거침입’ 단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건(1심 15건·2심 5건)의 판결문을 살펴봤다. 1심에서 피해자 집에 들어가지 않고 초인종만 누른 행위로 유죄가 선고된 경우는 15건이었다. 벌금형(선고유예 포함)이 12건, 실형(집행유예 포함)은 3건이었다. 1심의 ‘초인종 유죄’ 판단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5건의 재판에선 2건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주거침입은 ‘사람의 주거’ 등에 침입한 자에게 적용되는 형법이다.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릴 수 있는 평온을 해쳤는지가 유죄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이때 침입 여부는 거주자의 주거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달렸다. 판결문을 보면, 주거는 현관문 안쪽 공간뿐 아니라 공용현관문, 엘리베이터 등을 포괄한다. 보통 아파트 등에선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 공동현관문 등을 지나칠 수 밖에 없다. 직접적인 거주 공간이 아닌 곳에서라도 거주자의 평온을 해한 것이라면 유죄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9월 주거침입 혐의로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ㄱ씨가 항소한 사건을 기각했다. ㄱ씨는 별거 중이던 부인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수차례 입력했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 쪽은 “초인종을 누르고 노크를 했을 뿐 주거에 침입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과 복도는 주거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ㄱ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거주자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피해자 집 앞 복도까지 들어와서 초인종과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른 것은 주거의 평온을 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원지법도 지난해 7월 주거침입으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ㄴ씨의 항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ㄴ씨는 “문을 직접 여는 등 구체적인 침입행위는 하지 않았고 피해자 집의 초인종을 눌렀으나 인기척이 없어 퇴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문 여부에 대한 피해자의 거절 의사가 명확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아파트 앞까지 갔다면 그 자체로서 피해자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할 객관적인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잠기지 않은 중앙현관을 통해 들어간 뒤 초인종을 누른 이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수원지법은 빌라 주민이 우연히 공동현관문을 열어준 틈을 타고 들어가 전 연인의 집 초인종을 수차례 누른 사람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공용현관문에 출입한 행위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은 판결도 있다. 의정부지법은 주거침입죄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혼한 전 배우자 주거지의 공동현관, 공동계단, 복도 등을 침입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거주지는 피고인이 배우자였던 피해자를 위해 임대차계약으로 마련했던 공간이었다. 평소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공용현관문에 출입한 행위만으로는 침입을 위한 구체적 행위를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무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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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41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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