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적 공간서 합의한 동성 군인 성관계 처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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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21. 오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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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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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오늘(21일) 동성인 군인 사이의 성관계라고 해도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 하에 이뤄졌다면 군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간 동성 군인간 성행위는 군형법(제92조의6ㆍ추행)에 따라 반드시 처벌받았지만 대법원은 사적공간인지, 합의하에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본 겁니다. 대법원은 오늘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면서 남성 군인 간의 성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본 기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 A씨와 B씨는 다른 부대에 근무하는 남성 군인이었습니다. 군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2016년 영외에 있는 독신자 숙소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군검사는 2017년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군형법을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해당 군형법은 동성 군인 사이의 성행위의 경우, 합의 하에 가졌어도 처벌하도록 해 그간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1심 법원은 공소사실 일부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4년에 집행유예 1년을, B씨에게는 징역 3개월을 선고유예 했습니다. 2심 법원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대법원은 2심 결정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뤄진 성행위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현행 규정이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특히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대법관 8명의 찬성 의견과 달리 조재연ㆍ이동원 대법관은 오늘 결정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은 “현행 규정은 강제성이나 시간 장소에 관한 제한없이 남성 군인들 사이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봐야한다”며 기존 대법원의 해석에 힘을 실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오늘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행위에 대해 그 자체로 처벌 받아야하는 행위로 평가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선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대법원 판결 이후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차별,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전면에서 다룬 새로운 판례”라며 “부당한 차별로 전과자가 된 성소수자 군인들이 명예회복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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