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난 털 몽땅 깎아버린 마약사범…항소심서 징역 2년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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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24. 오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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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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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0일 충남 공주시 금강공원 CCTV에 포착된 마약 투약 의심 장면. 주사기를 팔에 들이대는 모습이 찍혀있다

지난해 1월 충남 공주시 금강공원 주차장에서 마약 투약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눈 앞에서 용의자를 놓쳤습니다. 달아난 용의자는 나흘 뒤 경찰에 붙잡혔는데, 눈썹을 제외하고 몸에 난 털을 몽땅 깎아버린 뒤였습니다.

해당 남성은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과 피고인 A 씨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A 씨 측은 피부소양증과 메스버그 증세로 인한 약물 치료를 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한 반면, 검찰은 신체의 털을 제거하는 등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에서는 어떤 판단이 내려졌을까요?

경찰관의 검문을 무시한 채 달아나는 검은 승합차량

■CCTV에 잡힌 마약 투약 정황.. 눈앞에서 놓친 경찰

지난해 1월 20일 충남 공주시 금강공원 주차장. 당시 공원 CCTV에 승합차량에 탑승한 남성 A 씨가 주삿바늘을 팔에 대는 장면이 찍혔습니다.

관제센터 직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경찰차 3대를 동원해 해당 차량에 접근했고, 경찰관 6명이 검문을 시도하자 A 씨는 차를 몰고 순식간에 달아났습니다. A 씨는 승합차로 경찰차를 들이받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도주한 A 씨를 추적했고, 나흘 만에 검거했습니다. 도주 과정에서 눈썹만 제외하고 신체의 모든 털을 깎은 모습이었습니다. 마약반응검사를 회피하려는 시도로 보였는데, 경찰은 A 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물건 손상,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부에 나온 벌레 잡으려고? ‘설득력 떨어져’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과거에 투약한 필로폰 부작용 중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환각 증세인 ‘메스버그’ 증상과 피부소양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부에서 나오는 벌레를 잡기 위해 주사기에 담긴 약물을 피부에 뿌린 것이라며 범죄 행위를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항소심 재판에서 피고인 A 씨가 필로폰 투약 부작용인 ‘메스버그’를 겪었다면 과하게 긁다가 남은 흉터 흔적이 있어야 하는 데 전혀 없었고, 피부에 기생하는 벌레를 잡기 위해 스프레이 분사기가 아니라 주사기를 사용한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공원 CCTV를 통해 피고인 A 씨가 주삿바늘 덮개를 입으로 제거하고, 주사기로 생수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주입한 뒤 양팔에 바늘을 대는 장면 등이 찍혔고, 실제로 피고인에게서 메스암페타민, 즉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A 씨가 주장한 것처럼 주사기의 피스톤을 누르는 행위가 명백히 있었다고 볼 수 있었으며,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추궁하자 도주한 다음 눈썹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털을 제거했다는 점을 종합하면 범행 당시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A 씨가 도주하며 들이받은 경찰차

■위법한 공무집행? ‘정당한 공무집행’

A 씨의 변호인들은 지난해 1월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았고 검문 목적을 설명하지 않아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경찰 검문 당시 공주경찰서 금학지구대 소속 경위가 신분과 심문 목적도 밝혔고, 경찰 제복을 입은 경찰과 피고가 대화까지 했다며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오히려 피고인 A 씨가 다수의 경찰차가 포위하고 있음에도 차량을 후진해 경찰차를 들이받고 도주를 시도했다며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고, 법리오해의 위법도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가볍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1심이 내린 형량인 징역 2년 6개월을 그대로 유지하고, 소송비용을 피고인 A 씨가 모두 부담하라고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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