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판돈 4천억 원대 ‘투자’ 사칭 도박사이트 운영…‘실형에 범죄수익 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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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19.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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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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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2019년 10월부터 두 달여 간 'FX 00'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습니다.

두 개 통화(외환)를 동시에 사고 팔아 그 환차익을 얻는 장외 파생상품, 미국에서는 소매외환거래라고도 하는 'FX 마진 거래'를 연상시키는 이름이었지만, A 씨가 만든 이 사이트의 정체는 사실 도박 사이트였습니다.

여기선 호주 달러에 대한 영국 파운드의 상대 가치(GBP/AUD)가 상승할지 하락할지를 놓고 1분이나 5분 단위로 돈을 걸어서 이 상대가치가 0.0001이나 0.0005만큼 오르거나 내리면 거래가 종료되는데, 이 결과를 맞혔을 때는 사이트 운영자가 돈을 건 회원들에게 판돈의 2배를 지급하면서 12%의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결과를 맞히지 못하면 사이트 운영자가 돈을 전부 가져갔습니다.

순전히 우연에 의해서만 승패가 결정되는 도박 사이트였던 것입니다.

A 씨는 대표로서 해당 사이트와 운영본부를 총괄했고 B 씨와 C 씨는 지사와 지점 모집을 맡았으며, 따로 지사·지점 관리자도 두는 등 여럿이서 본사와 지사, 지점으로 나누며 조직적인 체계를 갖췄습니다.

본사에서는 사이트 개설과 회원 관리, 자금 입출금 업무를 맡았고, 지사와 지점은 인터넷과 SNS 등 각종 매체를 통한 사이트 홍보와 지점 유치, 회원 모집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지점은 불특정 다수의 회원이 사이트 운영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일정 비율에 따라 거래용 사이버 머니로 환전해 적립해주고, 회원들이 최소 5천 원에서 최대 365만 원까지 투자하도록 했습니다.

A 씨는 이 같은 영리 목적의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회원 1만 9천여 명으로부터 179억 원가량을 송금받아 운영하다가 다음 해 D 씨에게 넘겼습니다. A 씨는 D 씨가 준 사이트 인수 비용 10억 원을 B 씨와 6대 4로 나눴고, D 씨로부터 향후 발생하는 수익금의 20%도 받기로 했습니다.

사이트를 인수한 D 씨는 이름만 'FX 00 플래티넘'으로 바꾸고, 약 6만 9천 명까지 늘어난 회원들로부터 3천527억 원가량을 송금받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이들이 이처럼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차례로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벌어들인 돈은, D 씨가 84억여 원, A 씨가 약 7억 원, B 씨도 약 2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과 함께 범죄수익 몰수를 명령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1-1부)는 25살 D 씨에 대해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79억여 원 추징 명령을 내렸습니다.

B 씨에게는 1심에서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유지하고, 5억 7천만 원을 추징 명령했습니다. C 씨에 대해서도 징역 10개월의 선고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도박 사이트의 도박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나 횟수, 도박 금액이 매우 많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취득한 수익이 막대함에도 현실적으로 피고인들로부터 수익을 추징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양형이 무겁다는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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