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차림으로 '승무원 룩북' 유튜버…법조계는 "처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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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14. 오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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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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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버 A씨 영상 갈무리

의상을 직접 착용하고 소개하는 이른바 '룩북'(look book) 채널 유튜버가 승무원 유니폼을 입는 영상을 공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속옷 차림으로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촬영했다. 해당 항공사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처벌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튜버 A씨는 지난달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승무원 룩북 / 항공사 유니폼 + 압박스타킹 코디'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8분 가량의 영상에서 A씨는 속옷 차림으로 등장해 2벌의 승무원 유니폼을 입는다. 이 영상은 이날 기준 27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A씨가 승무원을 성상품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행하는 의상이나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본래 의도를 벗어나 승무원의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지적이다. 또 대한항공 유니폼과 유사한 의상을 착용해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항공 측은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상이 삭제되지 않으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어떤 형태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승무원 룩북 영상도 명예훼손으로 처벌 안 돼…"인과성 부족하다"


법조계에서는 특정 항공사 유니폼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법인도 명예훼손 대상에는 포함되지만 해당 영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불법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나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도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지원 법률사무소 나란 변호사는 "해당 유튜버가 특정 기업의 유니폼을 입고 성적 느낌을 부각시켰던 부분은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기업에 대한 비방 목적도 아니었고 사실 적시나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기윤 변호사도 "법인도 명예훼손 대상에 포함되지만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 영상으로 기업의 평가가 침해됐다고 하기에는 인과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이런 영상을 불법으로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약될 것"이라고 했다.

불법 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민사상 절차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봤다. 서 변호사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나 영상의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유니폼 디자인을 도용해서 상품을 제작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권 침해도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강용석 '아나운서 발언'도…"피해자 개개인 사회적 평가에 영향없다" 무죄 판결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발언과 관련해 무고,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강용석 변호사가 2014년 8월2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과거에도 특정 직업군을 겨냥한 성상품화 논란이 있었다. 강용석 변호사가 아나운서 모욕 발언을 해 기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현직 국회의원이었던 강 변호사는 2010년 9월 아나운서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모 대학 동아리 학생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1·2심 재판부는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지위가 갖는 영향력과 표현상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의 발언은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 아나운서들 개개인에게 수치심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모욕죄로 처벌할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결국 2014년 8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이 발언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개별 구성원들에게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으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모욕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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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법조팀, 사건팀을 거쳐 증권부에 있습니다. 매주 [자오자오 차이나]를 연재합니다. 의견과 제보는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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