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얼굴 향해 기침한 이 옷 잡은 지하철 승객에 “정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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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2. 오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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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 취소해야”
헌법재판소. <한겨레> 자료사진


자신을 향해 재채기한 사람의 옷을 붙잡았다가 기소유예(범죄혐의가 있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검사의 처분)된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한 손으로 상대방의 멱살을 잡은 혐의(폭행)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구인 ㄱ씨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ㄱ씨의 청구를 인용했다고 2일 밝혔다.

결정문을 보면, 2019년 11월 ㄱ씨는 같은 지하철 전동차에 탄 ㄴ씨가 옆에서 재채기를 해 불쾌하게 생각했다. 이후 같은 역에서 내린 ㄴ씨가 ㄱ씨에게 다가와 얼굴 쪽에 기침을 했고, ㄱ씨는 ㄴ씨를 피해 승강장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ㄴ씨가 다시 ㄱ씨에게 다가와 기침을 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ㄱ씨는 ㄴ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 도망가려는 ㄴ씨를 붙잡기 위해 오른손으로 ㄴ씨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의 옷을 붙잡았다고 한다. 검찰은 ㄱ씨가 ㄴ씨의 멱살을 붙잡았다며 폭행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멱살을 잡은 ㄱ씨의 행위가 정당행위라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ㄴ씨는 ‘기침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보면 ㄴ씨가 ㄱ씨를 향해 기침을 한 점, ㄴ씨가 오히려 ㄱ씨의 오른쪽 상체를 먼저 손으로 찔렀던 점이 찍혀 있었다. 헌재는 “ㄱ씨는 112에 ㄴ씨를 폭행으로 신고하는 도중에 ㄴ씨가 사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자 경찰이 올 때까지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의 옷을 잡고 있었을 뿐”이라며 “오히려 ㄴ씨가 ㄱ씨의 멱살을 잡고 밀치고 당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ㄱ씨가 ㄴ씨를 붙잡은 행위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등의 요건을 충족해 정당행위에 해당함에도, 검찰이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기소유예처분을 했다고 봤다. 헌재는 “검찰이 시시티브이 영상 사본에서 확인되는 목격자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오해 및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자의적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은 ㄱ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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