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착각? 사기?" 의대생인지 알았던 과외쌤,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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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13. 오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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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이를 가르치는 대학생 과외선생님이 출신 대학을 속였다며 억울해 한 학부모의 사연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학부모는 학력을 속인 데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과외비 일부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하는데요.

A씨는 대학 입시를 앞둔 자녀를 위해 대학생 B씨에게 과외를 부탁했습니다. A씨는 B씨를 의대생으로 생각해 과외교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의대 가려면 생기부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B씨는 의대생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B씨가 학력을 위조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임을 물어 B씨가 지금까지 지급했던 과외비의 절반을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B씨가 자신이 의대생이 아니라고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B씨가 고의적으로 학력을 속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B씨의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B씨는 모집 공고를 올릴 때부터 대학 이름을 적어뒀으니 이를 확인하지 않고 과외를 맡긴 A씨의 잘못이 더 크다는 입장입니다. 나아가 학력과 관계 없이 수업을 받은 후 A씨 자녀의 성적이 올랐기 때문에 과외비를 돌려줄 이유가 더더욱 없다고 말합니다.

누리꾼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성적이 올랐으니 환불은 과한 처사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학력을 속이려 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 법적으로 따져보면 어떻게 될까요?

◇학부모가 과외교사 학교를 착각했다면

현재로서는 A씨와 B씨 중 누구의 주장이 진실인지 알 수 없기에 각각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먼저 B씨의 말대로 단순히 A씨가 과외 모집 공고에 쓰여 있는 B씨의 대학교 이름을 잘못 보고 과외를 맡긴 것이라면 B씨는 받은 과외비를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양측은 교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반대급부로 금전을 지급하기로 하는 일종의 계약을 맺은 셈인데요. 이때 일방 당사자의 의사 표시에 착오가 있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선 해당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이 아니어야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학부모의 착오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건데요. 과외교사의 출신 대학이 두 사람 사이 계약의 중요 부분이었다면 표의자인 A씨에겐 이 부분을 더욱 면밀히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109조)

◇학력 위조는 범죄…큰 처벌 예상해야

A씨 말대로 B씨가 고의로 학력을 속인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학력 위조는 회사 취업뿐 아니라 과외교습소나 학원 등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학력을 거짓으로 말하는 과정에서 증명서류를 위조하거나 조작한다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속인 대학의 종류와는 관계 없이 '문서위조죄'가 성립합니다. 다만 형량은 국·공립대 졸업서류 위조가 더 무겁습니다. 국공립의 경우 공문서위조죄가 인정돼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사립대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25조, 제231조)

단순히 말로 학력을 속인 정도라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합니다. 정해진 명칭이나 졸업 여부, 자격 등을 속이면 최대 벌금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형에 처해지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거짓 학력으로 과외 수업을 시작해 돈을 받았다면 사기죄 성립 여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기망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경우 사기죄가 적용됩니다. 다만 사기죄에선 고의성이 쟁점이 됩니다. B씨에게 처음부터 A씨를 속일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처벌이 어렵습니다.

사기죄에서의 고의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편취의사를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다시 말해 학부모가 B씨 자신을 의대생으로 알고 있음에도 이를 부정하지 않고 계속 과외비를 받아온 사실만으로 사기죄 성립을 주장하려면 B씨에 관한 각종 제반 사정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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