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합니다" 인권 침해했지만 무죄 못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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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11. 오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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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형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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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 대법원 기각<앵커>

1970~1980년대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인권유린 사례입니다. 국가 지원을 받아 세운 형제복지원은 사실상 강제수용소로,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강제노역시키고, 폭행해 숨지게 했습니다. 확인된 사망자만 513명에 이르는데, 그런데도 당시 형제복지원 원장은 정부 훈령에 따른 행위였다며 불법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가 재조사를 벌였고 지난 2018년에는 검찰총장이 나서서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를 취소해달라는 비상상고를 제기했는데 오늘(11일) 대법원은 이것을 기각했습니다.

손형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법원은 무죄를 취소해달라는 비상상고 기각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형제복지원 원장의 불법 감금 무죄 근거는 형법상 정당행위 조항인데, 위헌인 내무부 훈령을 이유로 비상상고를 제기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사건임이 분명하지만, 법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법정에 나온 피해생존자들은 기각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연생모/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이거 하나 보려고. 너무한 거 아닙니까. 너무한 거.]

소송을 도운 변호사는 결과는 아쉽지만, 국가의 조직적 불법 행위를 인정받은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사람들을 달랬습니다.

[박준영/변호사 :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에 담긴 의미가 결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청구에 있어서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장애가 되진 않을 겁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는데, 생존자들은 그보다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 진상조사가 제대로 돼야 하고, 진상조사를 하도록 정부나 지자체나 사법부에서 만들어줘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진상조사를 제대로 해서 국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고요.]

야산 중턱임에도 땅이 평평한 이곳, 과거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씻고 마시던 물을 보관하던 물탱크가 있던 자리입니다.

여기 보시면 손잡이와 자물쇠 등 과거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피해 생존자들은 활동이 멈춰버린 과거사위 진상조사도 다시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최대웅, 영상편집 : 소지혜)

손형안 기자(s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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