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비행기 연착→일정 차질…배상 받을수 있나

입력
수정2020.01.04. 오전 10:01
기사원문
옥성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비행기 연착으로 승객들 시간 지연
핵심은 항공사의 '합리적 조치' 여부
합리적 조치 안 하면 배상 책임 인정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지난해 3월6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 한 대가 파란 하늘을 향해 이륙하고 있다. 2019.03.06. woo1223@newsis.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기상 이변 혹은 엔진 결함 등의 이유로 번번이 발생하는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승객들은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며칠까지도 시간을 허비한다. 도착시간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도 항공사에서는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선을 긋는다. 승객들은 비행기 연착에 대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핵심은 항공사의 '합리적 조치' 여부다. 비행기 연착 이유를 불문하고 항공사가 연착 피해로 인해 요구되는 조치를 합리적으로 이행했는지 여부가 법적 다툼을 판가름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에 따른 것이다. 몬트리올 협약은 '운송인은 승객·수화물 또는 화물의 항공 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다만 '운송인은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 한 것을 증명한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예외 조항을 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한경환 부장판사는 승객 김모씨 등 70명이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낸 1억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총 4275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씨 등은 2017년 12월23일 오전 11시30분에 출발하는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공항 근처에 안개가 짙게 끼어서 경보가 두 차례나 발령됐고, 비행기들이 착륙하지 못하며 오키나와행 비행기는 오후 7시43분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결국 오키나와행 비행기는 출발 시간이 오후 8시20분으로 변경됐다가 승무원의 법정 최장 근무시간이 초과됐다며 항공사는 오후 10시께 '대체편 제공 없는 결항'이라고 김씨 등에게 통보했다. 항공사는 비행깃값 전액 환불과 보상비 10만원, 주거지까지 이동할 교통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김씨 등은 이를 거부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 부장판사는 "기상 악화와 그에 따른 공항 혼잡에 대해 항공사의 귀책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같은 운항 장애가 어느 정도 해소돼 항공기가 오키나와로 출발하는 과정에서 항공사가 승객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에는 대법원이 기체 결함으로 인한 결항으로 37시간 기다린 승객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비 의무를 다해도 피할 수 없는 기체 결함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와 달리 항공사가 할 수 있는 합리적 조치를 다 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다. 대전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윤인성)는 지난 2009년 비행기 고장으로 인해 15시간 늦게 귀국한 승객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항공사가 회항 후 승객들을 위해 호텔을 섭외해 투숙하게 했다"며 "사고 후 13시간30분만에 대체 항공기를 보낸 점 등을 고려하면 항공사가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비행기가 아닌 KTX 등의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운송사의 적극적인 조치가 배상 책임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김진오 판사는 지난 2011년 KTX 열차 사고로 터널에서 1시간5분 동안 열차 안에 갇힌 승객들이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법행위가 인정되지 않고 운송사 측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한 점을 고려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 K-Artprice 모바일 오픈! 미술작품 가격을 공개합니다

▶ 뉴시스 채널 구독하고 에어팟 프로 받아가세요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