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아들딸 팝니다" 논란의 중고나라 판매글,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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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09. 오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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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국내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딸과 아들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입니다. 그런데 당초 글을 올린 판매자에 집중되던 비판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판매글이 조작된 것이라는 의심 때문입니다.

지난 3일 중고나라에 '제 아들 팝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업로드됐습니다. 해당 글에는 "사정상 힘들어서 제 아들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장기판매도 가능하다"는 내용과 함께 작성자의 연락처도 공개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4분 뒤 '우리집 내 딸 판매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이어졌습니다. 해당 글에는 여자아이의 사진과 함께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은어도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 아이들의 아버지 A씨는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없다고 합니다. A씨는 누군가가 보복을 하기 위해 자신의 전화번호와 아이들 사진을 도용한 것 같다며 범인으로 B씨를 지목했습니다. A씨는 얼마 전 B씨가 올린 지게차 판매 글에 '사기 아니냐'는 댓글을 달았다가 그날 이후로 문자와 전화를 통해 협박을 받아왔습니다. 이 지게차 판매글과 이번 아이 판매글의 작성자가 동일 인물로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현재 이번 게시글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내사 중입니다. 문제의 글들은 모두 삭제된 상태입니다.

◇연락처 공개에 자녀 사진 무단 도용, 처벌은?

A씨의 말대로 정말 B씨가 이번 사건을 꾸민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흔히 타인의 개인정보를 허락없이 인터넷상에 올린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 즉 권한을 갖고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정보를 유출했을 때만 적용해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됩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의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 다른 사람에게 해당 내용을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정보를 말합니다. 판례는 전화번호를 명백한 타인의 비밀로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도15457 판결)

그렇지만 A씨의 자녀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무단으로 올린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을 적용하기 애매합니다. 이는 헌법으로 보호되는 인격권의 일종인 초상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명백한 불법행위이긴 해도 현행법상 초상권 침해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어 피해를 구제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 경우 A씨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구제 방안은 B씨를 상대로 자녀의 초상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거는 겁니다. 얼굴 사진이 공개돼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면 초상권 침해로 봅니다. 다만 초상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는 통상적으로 그 액수가 크지 않습니다.

◇'애들 어떻게 해버리겠다' 협박죄될까?

A씨는 또 B씨가 자신의 아이들을 언급하며 협박성 연락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직접 아이들을 거론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협박성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발언을 토대로 B씨에게 별도로 협박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해 공포심을 줘야 합니다. 협박을 한 사람이 고지한 해악을 실행하려는 의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해악의 고지 방식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일단 A씨 본인이 아니라 자녀들의 안위를 위협당한 것이라도 죄가 됩니다. 판례는 협박 당한 사람의 친족을 해코지하겠다는 내용의 해악의 고지로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유죄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해악의 고지가 구체적이어서 협박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여야 합니다. 법원은 "앞으로 물건이 없어지면 네 책임으로 한다"는 발언에 대해 이것만으로는 정확히 어떤 법익에 어떤 해악을 가하겠다는 건지 알기 어려워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187 판결)

결국 자식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추상적인 말 한마디로는 협박죄 기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B씨의 발언이 상대방이 충분히 위협을 느낄 정도로 구체적이었다면 협박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경찰의 내사 결과가 나와봐야 확실히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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