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걸리면 다 죽어” 8895건 ‘악성 민원러’ 결국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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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19. 오후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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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구청·경찰 등에 무차별 민원 제기
악성 민원 등쌀에 못 견뎌 이사간 주민도

“A씨 전화가 오면 절대 말꼬리 잡히면 안 됩니다!”

버스운영과 등 부산시청 교통국에 새로 부임한 직원이 가장 먼저 받는 ‘업무교양’이 A씨에 대한 정보다. “전화 말꼬리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 다음엔 “말꼬리 잡히면 ‘고소된다’, ‘민원들어온다’, ‘진정받는다’”는 얘기가 이어진다. A씨는 동네에서도 ‘악성 고발러’로 악명높다. 말다툼하다 밀고 당기고 몸싸움하면 ‘폭행’으로, 욕설을 주고 받으면 ‘모욕’ 등으로 고소한다. 이렇게 지난 3년간 A씨가 이웃주민들과 공무원 등을 상대로 시청·구청·경찰서·국민신문고·총리실 등에 고소·고발·민원한 것이 무려 8895건에 이른다.

부산 사상구 감전동 사상경찰서 전경./사상경찰서

부산 사상경찰서는 “무고, 업무방해, 상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30대 A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3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자신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체포한 경찰관 5명을 상대로 허위 고소장을 11차례 제출하고 지난 9월 금정구 한 병원에서 큰소리로 욕설을 하는 자신을 제지한다는 이유로 간호사에게 욕설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지난 2017년부터 3년간 제기한 민원은 국민신문고 4406건, 부산시 3043건, 사상구 590건, 형사고소 356건 등 도합 8895건이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800건도 아니라 8000건이라니 A씨의 무차별 고소·고발·민원 건수가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더 건수를 확인하기도 했다”며 “행정력, 수사력 낭비는 차치해 두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상상도 못할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 교통국의 한 간부는 “하루에 30~40건씩 잠도 자지 않고 전자민원을 넣은 날도 있었다”며 “잣구만 몇 개 혹은 민원 제기자 이름을 바꿔 내는 엉터리 민원이라도 일일이 답변을 새로 해야 해 업무 담당자는 고문당하는 느낌이라고들 했다”고 말했다. A씨의 무분별한 고소에 피해를 본 이웃 주민 227명은 지난 7월 “A씨를 처벌해 달라”는 집단탄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A씨가 사는 아파트 주민 중 3분의 2 가량이 노인, 한부모 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여서 A씨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시달리고 A씨 때문에 주민 4~5가구가 이사를 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주영 기자 park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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