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사겠다는 사람이 꺼낸 것은...계룡 강도 마지막 한마디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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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만원 어치 금 거래하려다 강도살해 당한 40대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법정에서도 범행 부인

범행 당일 피해자의 차량 뒷좌석에 탑승하는 이모(24)씨의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10시 16분쯤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인적이 없는 한 도로. 비상등을 켠 K5 승용차 운전석에서 한 중년 남성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듯 문을 열고 나왔다. 머리를 다쳐 멀리 도망가지 못한 중년 남성의 뒤를 따라 차량 뒷좌석에서는 다른 남성이 문을 열고 내렸다. 검은색 롱패딩을 입은 그의 손에는 둔기가 들려있었다.

중년 남성은 “하지마세요. 살려주세요”라며 손으로 방어했지만 머리로 수 차례 날아오는 둔기를 막지 못하고 결국 기절했다. 둔기를 휘두른 남성은 곧장 쓰러진 남성의 품에 있던 크로스백을 챙기고는 그대로 달아났다. 크로스백에는 금팔찌 2개, 금목걸이 2개, 금반지 2개 등 금 100돈(26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이 들어있었다.

정신을 잃었다 몇 분뒤 깨어난 중년 남성은 인근에 있던 교회를 향해 비틀거리며 걷다 다행스럽게도 행인을 만났다. 중년 남성은 행인에게 “금 100돈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강도를 당했다. 범인은 검정 점퍼에 180㎝ 정도, 호리호리한 체형에 20대로 보인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부상이 심했던 중년 남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곧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그는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난 12월 28일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에 피해 상황을 말할 틈조차 없었다.

/조선DB

강도살인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건발생 5일 후 31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모텔에서 이모(24)씨를 붙잡았다. 금 직거래를 위해 만난 사람에게 강도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마지막 진술이 단서였다. 경찰은 먼저 피해자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분석헸다. 이씨가 대포폰으로 피해자와 금 거래를 하기 위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확인됐다. 하지만 이씨가 대포폰을 사용한 탓에 용의자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경찰은 범행현장 주변 방범카메라(CCTV)를 모두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검은색 K7승용차를 용의차량으로 특정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범행 전에 사건 현장 주변을 둘러보는 듯한 검은색 차량을 확인하고 주변 도로와 고속도로 CCTV에 찍힌 수백만대의 차량을 모두 분석했다”고 말했다. K7 차량번호를 확인한 경찰은 차량 주인인 이씨를 추적해 마침내 붙잡았다. 이씨는 신장 178㎝에 체중은 65㎏ 정도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얘기한 범인의 인상착의와 같았다. 경찰은 이씨 주변인들을 상대로 범행 당시 입었던 검은 롱패딩이 이씨의 평소 입던 옷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기억이 안난다. (사건 당일)차량을 운전하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면서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어머니 집에서 피해자의 품에서 빼앗은 팔찌, 목걸이, 반지 등 금 100돈을 찾아내자 그제서야 범행을 실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스포츠토토와 주식에 빠져 3000만~4000만원의 재산을 모두 잃고 1300만원 정도의 빚을 지자 범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고등·지방법원 /조선DB

지난 7월 20일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창경)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이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하고 범행 후에는 둔기와 대포폰 등 증거물을 버리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아직 피고인에게 수형생활을 통한 교화·갱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단념하긴 어렵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준명)는 최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씨의 계획적이고 잔인한 범행과정과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이유였다.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던 이씨는 진술을 바꿔 결백을 주장했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공범이 모든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태도에서는 일말의 반성하는 기미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반사회적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부득이 사회와 영원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석모 기자 ksm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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