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 팔아 11억 차익 삼성증권 직원…법원 "과징금 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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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30. 오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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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입력' 주식 일부 팔아 11억 챙겨…2000여만원 과징금 부과
법원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미필적 고의 충분히 인정"
© News1 DB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이른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태에서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남긴 삼성증권 직원에 대한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삼성증권에서 일하던 우리사주 조합원 A씨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삼성증권은 2018년 4월6일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 대신 자사주 1000주를 지급하는 실수를 했다. 이 사고로 지급된 자사주는 총 112조6000억원 상당으로 삼성증권 시가총액(3조4000억여원)의 33배가 넘었다.

일부 직원이 잘못 배당된 주식 중 501만주가량을 급히 매도해 주가가 한때 11%가량 급락하는 사태가 초래되기도 했다.

유령주식 배당 과정에서 A씨의 계좌에도 주식 83만8000주가 오기로 입력됐다. 이중 A씨는 2만8666주를 시장가로 팔아 약 11억1800만원을 챙겼고, 다시 매도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5차례에 걸쳐 2만8666주를 재매수했다.

이에 증권선물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A씨에게 과징금 225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했고,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기에 당연히 매도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아무 의미 없는 숫자에 대해 매도주문 버튼을 클릭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예상과 달리 매매계약이 체결되자 즉시 잔량에 대한 매도주문을 취소한 다음 매도된 수량의 재매수에 착수해 실제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하지도 않았다"며 본인의 행동이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좌에 전산상으로 오기 입력된 내용이 존재하는 이상, 이를 기반으로 잘못된 주식 매매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조차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오기 입력된 주식이 아무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증권업체 임직원으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A씨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맹목적으로 실제 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며 "A씨 스스로 전산상 오기 입력된 주식에 대해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것을 확신했다면 굳이 매도주문 버튼을 클릭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제 11억원 이상의 매매계약이 체결되게 한 이상, 이는 나머지 다른 정상적인 삼성증권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행위"라며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아니라는 A씨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사건 행위 당시 A씨로서는 삼성증권 주식의 매매계약 체결 및 이로 인한 가격 왜곡이라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했고, 이런 결과를 내심 용인하는 의사까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에게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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